연초 원화 강세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1120원 밑으로 떨어졌다.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원화 강세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곤 한다. 수출 물량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관련주들의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서 코스피는 1,700을 넘나들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주가는 늘 원화 강세 국면에서 올랐다. 가깝게는 2007년 10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인 2,000대를 기록했던 때도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시에도 환율 하락이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주가는 꿋꿋이 올랐다.
원화 가치와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한국의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다. 달러를 스스로 찍어낼 수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달러가 들어와야 원화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달러가 공급돼 한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쉬워지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의 상대 가치는 높아진다. 한국 외환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경로는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투자가의 한국 주식, 채권 순매수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 달러 차입 등 크게 세 가지다. 모두 증시에 호재면 호재지 결코 악재는 아니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의 수출이 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이 한국의 금융 자산을 매수하는 것도 큰 호재가 아닐 수 없다. 국내 금융기관의 달러 차입은 증시에 호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굳이 악재로 볼 수도 없다.
한편 일본 엔화 대비 원화의 절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과 자동차 등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엔화 대비 원화의 절상 속도가 결정적인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2005년 이후 원-엔 환율의 평균치는 100엔당 1000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200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화 가치 절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면 수출 경쟁력을 악화시켜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주가와 환율의 선후 관계를 따져보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어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시점에서 주가도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 원화 강세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면 주가가 일시적이고 마찰적인 조정을 나타낼 수도 있겠지만 큰 방향은 주가와 자국 통화 가치가 함께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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