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매장 옆에 웬 네스프레소 매장?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2일 03시 00분


상이한 매장간 고객 공유
백화점계 ‘양념매장’ 배치 붐
매출 증대 등 시너지 효과 커

롯데백화점 분당점 1층 핸드백·잡화 매장 사이에 ‘양념’처럼 자리 잡은 네스프레소 매장.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분당점 1층 핸드백·잡화 매장 사이에 ‘양념’처럼 자리 잡은 네스프레소 매장.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8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롯데백화점 분당점. 주부 고필남 씨(52)는 1층 핸드백·잡화 매장으로 향했다. ‘마이클 코어스’ ‘메트로시티’를 둘러보던 그가 멈춰 선 곳은 ‘네스프레소’(네슬레+에스프레소의 합성어로 캡슐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 매장. 고 씨는 캡슐 커피가 떨어져 사러 나온 참이다.

주거지역에 있는 롯데 분당점에서 오후 2시경은 고객이 뜸한 시간대로 꼽힌다. 하지만 다른 층의 매장과 달리 네스프레소 매장 주변은 손님들의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들어선 네스프레소는 월평균 2억 원가량의 매출로 분당점에 입점한 브랜드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 분당점 이정화 점장은 “백화점 인근에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이 많은 상권 특성과 가정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해 1층에 매장을 배치한 것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조만간 노원점 1층에도 에스프레소 머신 매장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양념(Spice) 매장’이 주목받고 있다. 백화점들이 기존 매장 사이에 성격이 전혀 다른 매장을 양념처럼 끼워 넣는 추세다. 단일 상품군 구성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전체 매장 분위기를 바꾸는 포인트로 활용해 매출도 잘 나온다.

10, 20대 고객을 겨냥한 영캐주얼의 양념 매장들도 눈에 띈다. 롯데 분당점 2층 영캐주얼 매장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영패션관에는 아이팟과 아이폰, 주변 액세서리 매장이 있다. 롯데 분당점 김태현 애플숍 마스터는 “5층 가전 코너에 있을 때는 월평균 3000만∼4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지금은 2배 이상 뛰었다”면서 “아내와 자녀들이 옷을 사는 동안 남성 고객들이 전시된 상품을 구경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 본점 2층 영캐주얼 매장에는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가, 신세계 강남점 영패션관에는 역시 화장품 브랜드인 ‘스틸라’ 매장이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5층 영캐주얼 매장에도 두피케어 브랜드 ‘르네휘테르’가 들어갔다.

현대 압구정 본점 4층 남성의류 매장에는 ‘멘스 케어 스튜디오’(남성용 미니 화장품 매장)가, 롯데 본점 5층 남성복 매장에는 명품 명함지갑과 문구류 등을 파는 고급 사무용품 가게가 있다. 또 신세계 강남점 4층 란제리 매장 사이에는 영양제를 판매하는 ‘에스더 포뮬러 비타민카페’가 있다.

현대백화점 이재실 MD전략팀장은 “상이한 매장 간 고객 공유를 통해 매출을 함께 늘릴 수 있다”면서 “특히 세일이나 대형행사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패션 부문은 양념 매장이 고객을 끄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심현경 인턴기자 부산대 행정학과 3학년

:: 양념(Spice) 매장 ::

비슷한 품목으로 구성된 매장들 사이에 끼어 있는, 성격이 전혀 다른 매장. 주요 고객층과 쇼핑 동선을 고려해 들어서며 주변 매장의 매출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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