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의 에어컨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5일 20시 42분


에어컨 시장의 최대 성수기는 초여름에 시작된다. 하지만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지금이 성수기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1월이 시작되자마자 벌써부터 '에어컨 전쟁'을 시작했다. 두 업체는 1주일 간격으로 대대적인 에어컨 마케팅을 벌이는데 올해는 특히 그 목표와 방식이 작년에 비해 달라진 게 눈에 띈다. 하지만 포부는 같다. "2010년을 에어컨 사업 원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가정용 시장은 좁다 VS '스포츠'로 잡겠다… 한 겨울의 에어컨 전쟁

먼저 선제공격을 한 것은 LG전자. 5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에서 2010년 에어컨 발표회를 가진 LG전자 노환용 에어컨사업본부장(부사장)은 "올해 에어컨 사업부 매출 목표는 5조 원"이라며 "궁극적으로는 2013년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LG전자 에어컨 브랜드 '휘센'이 탄생 10년을 맞는 해. 이를 위해 올해 LG전자는 상업용 에어컨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에어컨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와 맞물린 '솔루션'을 팔겠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 건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조직도 재정비했다. 기존에는 생산, 연구개발, 마케팅 등 '기능' 중심으로 조직을 짰으나 현재는 가정용 에어컨 사업부, 상업용 에어컨 사업부, 솔루션 사업팀 등 사업군 중심으로 개편했다.
LG전자는 이날 실내외 온도에 따라 냉방능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휴먼케어 인버터' 기술을 비롯한 '절전 기술' 등을 선보였다. 이런 기술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공략 중인 중동,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에어컨사업부 허인구 상무는 "백색가전, 특히 가정용 에어컨에 있어서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43%)"라며 "한국 시장에서 더 이상 '파이'를 크게 키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직 개편 후 달라진 2010년 에어컨 사업

다음주 브랜드 '하우젠'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앞둔 삼성전자는 2010년형 신제품 에어컨 '제로'를 공개한다. 해외 마케팅에 중점을 둔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 시장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에어컨에서 LG전자에 국내 시장 점유율이 낮은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신제품 '제로' 역시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이 담겼다.

이를 위해 이 업체가 선보인 전략은 '스포츠마케팅' 강화. 파브TV에서 축구선수 박지성과 이청용 선수를 모델로 쓴 것처럼 김연아 선수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모델로 발탁했다.

전자업체들은 지난해 에어컨 사업부 내 조직개편을 하면서 이미 공격적 마케팅을 예고했었다. LG전자가 2008년 에어컨사업본부를 떼 내 단독으로 부서를 신설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지난해 9월 에어컨 사업부를 생활가전사업부에서 독립시켜 디지털에어솔루션(DAS) 사업팀으로 재편했다.

특히 이 팀은 윤부근 사장이 관장하고 있어 TV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에어컨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사업 조직이 슬림화 돼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게 됐다"며 "결국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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