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수주팀 법률자문 맡은 토종로펌 ‘광장’이 전한 뒷얘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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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문화 익히자”
총성없는 전장 ‘워룸’서 벨리댄스 배우고
“협상 기민하게 대처”
전문가 50명 대동 즉답깵 佛은 2, 3명 그쳐

법무법인 광장의 백종관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점심시간 직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지하 2층에 있는 ‘워룸(War-room)’에 들렀다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80여 명의 직원들이 강사의 몸짓에 맞춰 엉덩이를 터는 듯한 벨리댄스를 추고 있는 것이었다. 445m² 규모의 이 사무실은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의 초대형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지휘부’. ‘한전 컨소시엄’ 실무진이 휴일도 반납한 채 야전침대에서 자며 전쟁처럼 일하던 곳이었다.

특히 당시는 입찰서 마감시한(7월)을 앞둔 시기여서 백 변호사는 한가로운 모습에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UAE의 전통 춤인 벨리댄스를 통해 발주국의 문화를 배움과 동시에 나른한 오후를 활기차게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주 1회 댄스 강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틈틈이 아랍어도 배우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법률자문을 맡은 백 변호사는 “원전 사업은 건설부터 사후 관리까지 보통 60∼70년이 걸리는데 그 나라의 문화까지 배우려는 열의를 보고 수주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전 협상팀의 기민한 대응도 수주에 한몫했다. UAE에 출장 갈 때는 한전 내부 또는 한전 협력업체 소속 각 분야의 전문가 40∼50명을 대동했다. UAE 측이 어떤 요구를 하면 한전 측이 해결책과 대안을 지체 없이 제시한 반면 경쟁업체인 프랑스 아레바나 히타치-GE 컨소시엄 측은 2, 3명만 협상장에 나와 즉답을 내놓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

법무법인 광장은 이번 대형 프로젝트에 단독으로 법률자문을 맡았다. 통상 해외 대형공사 수주 경쟁 때 외국의 유수 로펌에 자문을 맡기지만 한전 측은 북한 경수로 건설사업 때 법률자문을 맡아 원전 분야에 노하우가 있는 광장에 맡겼다. 광장은 이규화(51·사법시험 23회) 곽중훈 변호사(43·사시 37회) 등 10여 명으로 별도의 ‘원전법률드림팀’을 구성했다.

광장은 200억 달러의 건설 수주액 외에도 핵연료 공급과 발전소 개보수 등 운영 부분의 계약(약 200억 달러 매출 예상)도 순조롭게 맺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광장의 법률자문팀장인 이규화 변호사는 “UAE 원전의 운영회사가 차려질 경우 건설을 맡은 한전이 지분 참여를 통해 운영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익이 높은 전력 판매나 운영 자문료 등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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