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개 유통업체 생필품값 비교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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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힘 두부-라면 등 최고 50% 저렴
마트 들쭉날쭉 치약가격 지역따라 2배 차이
“조사대상 수 적어 한계”
“특정지역 마트 비교 곤란”

30대 ‘워킹 맘’ 김모 씨는 주로 퇴근 후 늦은 밤에 장을 보기 때문에 재래시장보다 영업시간이 긴 대형마트를 자주 찾았다. 대기업이 거대 물량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를 벌이는 대형마트가 영세 상인들의 재래시장보다 제품 값이 쌀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재래시장이 두부 등 신선식품은 물론이고 일부 공산품에서도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대형마트라도 지역별로 가격차가 커 똑같은 제품이 최대 2배 이상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16, 17일 이틀간 조사한 서울시내 11개 유통업체 생활필수품 가격을 21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price.tgate.or.kr)에 시범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형마트에서 백화점, 대기업슈퍼마켓(SSM), 재래시장에 이르는 주요 유통채널의 제품가격이 처음으로 한꺼번에 공개됐다.

○ 재래시장, 여전한 가격경쟁력


재래시장은 신선식품 부문이 다른 유통채널에 비해 확실히 저렴했다.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포함된 재래시장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에서 출시한 ‘행복한 콩 깊은 바다 두부’ 100g당 가격이 303원으로 다른 대형마트의 600∼700원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산품에서도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품목이 있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진라면 순한맛’(오뚜기) 한 봉지의 평균가격은 재래시장이 560원이지만 대형마트가 594원, SSM이 604원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음료인 ‘칠성사이다’(롯데칠성) 100mL 평균가격도 재래시장이 97원으로 대형마트(99원)와 SSM(104원)을 눌렀다. 이기헌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조사 대상이 적어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재래시장이 가격 측면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마트는 동네 따라 가격 천차만별


대형마트는 의외로 동네마다 가격차가 컸다. LG생활건강의 ‘페리오A’ 치약은 서울 북부지역인 이마트 미아점에서 3850원(480g)으로 10g당 80원이었지만 동부지역인 롯데마트 잠실점에서는 6500원(390g)으로 10g당 167원이었다. 같은 상품이 무려 2배 이상의 가격차를 보였다.

주요 생필품인 식용유도 ‘맑고 신선한 식용유’(사조해표)의 경우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과 롯데마트 잠실점은 3700원에 팔지만 이마트 미아점은 2990원으로 20% 가량 쌌다.

한국소비자원의 이날 발표로 제품가격이 공개된 대형마트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내년 이후 유통업계에 ‘제2의 가격파괴’가 나타날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대형마트는 이번 소비자원의 조사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측은 “유통업체가 많아 가격경쟁이 치열한 이마트 미아점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원은 이번에 이마트 미아점, 롯데마트 잠실점, 홈플러스 영등포점, 하나로클럽 양재점 등 대형마트 네 곳의 가격을 비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 측은 “서울시 전역을 커버하기 위해 업체별로 지역당 한 곳을 무작위로 선정했을 뿐 어떤 선정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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