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숨가쁘게 달려온 증시…주가조정 두려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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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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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어 사람들이 가지는 인지적 편향 중 하나는 지금 보이는 것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다. 현재 상황이 좋으면 미래 전망도 장밋빛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현재 상황이 나쁘면 예측도 잿빛인 경우가 많다. 인간의 예측 능력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현재의 모습에서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가 전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가가 올라가면 낙관적인 의견이 많아지고,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신중론이 힘을 얻는다. 차트 분석으로 불리는 기술적 분석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주가가 올라가면 차트가 예뻐 보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미워 보이게 된다. 다양한 주가 전망이 나오지만 예측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예측이 이뤄지는 시점의 ‘주가 그 자체’인 경우가 많다.

요즘 주식시장 분위기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냉랭하다. 지난주에는 달러 강세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외국인 이탈 우려가 시장에 부담이 됐고, 금주에는 미국 경기 회복 지연과 관련한 이슈가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하나하나 충분히 고민해 봐야 할 내용이기는 하지만 달러 강세와 미국 경기 회복 지연은 동시에 나타나기 어려운 주제다. 주가의 약세를 설명하는 이유들이 그때그때 선택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다른 거창한 이유보다 가격 자체의 무거움 때문으로 보인다. 올 3월 이후 주식시장이 과거의 강세장과 차별화되는 점은 별다른 가격 조정 없이 주가가 오르기만 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강한 상승장이라도 주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상승 추세를 만들곤 한다. 그렇지만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종합주가지수는 3월 초 저점에서 9월 연중 최고점까지 68% 상승하는 동안 가격 조정 없이 순탄하게 오르기만 했다. 최근 주가가 조정 받고 있지만 고점 대비 하락률은 9% 정도이다. 미국발 악재라고는 하지만 정작 미국 다우지수의 하락률은 연중 최고가 대비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지난 주말 기준)이다.

아직까지 국내외 증시의 하락 강도는 일시적 조정의 범주를 넘어서지 않고 있다. 과거 강세장의 중간 조정 국면에서 나타났던 주가 하락 강도는 대체로 선진국은 고점 대비 10%, 신흥시장은 20% 내외였다. 한국은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중간 정도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번 조정 국면에서 예상되는 조정 강도는 고점 대비 10∼15% 하락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예상되는 단기 조정 폭의 상당 부분은 9월 말 이후 이미 반영됐다는 생각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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