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높은 성장률 ‘이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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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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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부분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전 분기 대비 2.9%의 성장률은 연 율로 11%를 넘는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실적이 2.6%의 2분기 성장률보다도 좋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전 분기에 성장률이 높았으면 기저(基底)효과로 해당 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오기 마련인데도 그렇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이머징 국가와 비교해도 뚜렷하게 좋은 실적이다.

하지만 이런 성적표를 받고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다음의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국내 경제가 이만한 실적을 거둔 데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이 큰 힘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그 힘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을 월 30만 원 가까이 줄여줬다. 당연히 소비할 돈이 늘어났다. 가계는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몰려갔고 오른 집값은 소비심리를 부추겼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금리를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정부가 노후차를 바꿀 때 세금을 깎아주면서 미래의 자동차 수요가 현재로 몰렸다. 자동차 회사 사정은 좋아졌고 보너스도 늘어났을 것이다. 또 요즘 여기저기에서 도로를 정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거리가 없던 건설 근로자들이 월급을 받고 소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는 돈이 들기 때문에 이런 지출이 계속될 수만은 없다.

둘째, 금융위기 직후 환율 급등은 주가 하락 등을 통해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국이 2, 3분기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수출 실적을 보인 것은 상당 부분 원화가치 저평가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제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방어 의지가 강하지만 외화 유입을 감안할 때 결국 환율은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이번 위기 과정에서 많은 기업은 경기 침체를 이유로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묶거나 깎았다. 최근 기업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은 데에는 이러한 비용 절감 노력이 상당부분 숨어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진 지금도 그런 정책을 유지했다간 반발이 불가피하다.

미래를 나쁜 쪽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글로벌 경기는 느린 속도로나마 회복 중이고 팽창정책과 환율 방어로 힘을 얻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자생적 경기 회복을 이끌 가능성도 크다. 기업들이 임금을 많이 주기 시작하면 소비도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침체를 벗어난 새로운 경기 순환의 시작이다. 하지만 침체 이후 정상 궤도로의 복귀가 항상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정책이 성장에 과다한 영향을 미쳤을 때는 더욱 그렇다. 지난 성적표에 환호하기보다 꼼꼼하게 주변 여건을 점검해야 할 때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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