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면 부팅… PC-반도체 업계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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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윈도 7’ 출시… 운영체제 진화 어디까지
터치스크린 기능 추가… XP보다 보안도 월등
“교체수요 엄청날 것” 장밋빛 전망 쏟아져

마치 4할 타자가 9회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느낌이다. 안타 하나면 곧바로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상황.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윈도 운영체제(OS) ‘윈도 7’ 얘기다.

MS는 2007년 1월 선보인 ‘윈도 비스타’의 실패로 3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2일 윈도 7을 전 세계에 동시 발매하면서 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미 가전 업계와 반도체 업계 등 관련 산업이 들썩거리고 있고, 정식 발매에 앞서 배포된 시험판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증권가에서는 개인용 컴퓨터(PC) 산업은 물론 반도체 산업과 윈도 7이 정식으로 지원하는 터치스크린 관련 부품 산업까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MS는 새 OS를 내놓을 때마다 PC 관련 산업을 뒤흔들었다. MS가 새 OS를 내놓는다는 건 PC의 교체주기가 됐으며, 새 PC를 구입해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사무용 기계장치의 감가상각 연한을 4년으로 잡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용 윈도 OS의 발매 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3년은 MS에 쉽지 않은 시기였다. MS는 2001년 10월 ‘윈도 XP’를 발매한 뒤 5년여가 지난 2007년 1월에야 차기 OS인 ‘윈도 비스타’를 내놓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던 기존의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비스타보다 XP를 설치할 때 컴퓨터가 더 빨리 작동한다며 비스타가 설치된 PC의 OS를 XP로 ‘다운그레이드’했다.

관련 업계가 기대하던 ‘비스타 효과’도 없었다. MS의 새 OS와 함께 호황을 맞곤 했던 D램 반도체 가격은 비스타가 등장한 2007년 1월 512Mb(메가비트) 기준 5달러 선이었지만 6월에는 1.8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비스타의 실패’ 덕분이다. 비스타가 실패해 PC 교체 수요를 놓친 기업들이 윈도 7에 맞춰 낙후된 PC와 소프트웨어를 대규모로 업그레이드하리란 예상이다.

한화증권 서도원 연구원은 “기업용 PC는 윈도 비스타로 인한 교체 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교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용 PC는 전체 PC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므로 2010년 PC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MS는 윈도 7 발표에 앞서 세계 113개국에서 800만 명의 사용자에게 윈도 7 시험판을 미리 써보도록 했다. 사용자들은 윈도 7이 50만 원대의 저가형 노트북 컴퓨터인 ‘넷북’에서도 잘 작동하며, 속도가 빨라졌다고 호평했다. 한국MS의 자체 테스트 결과 같은 성능의 PC에서 윈도 7의 부팅 시간은 15초, XP는 20초였다.

PC 업계에서도 윈도 7이 경쟁력이 있다며 앞 다퉈 새 제품을 내놓았다. LG전자는 윈도 7 호환 노트북 PC인 ‘엑스노트 T380’을 이날 선보였고, 소니코리아는 10종의 신제품에 윈도 7을 설치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이날부터 ‘삼성컴퓨터 레볼루션 2010’이라는 주제로 대대적인 PC 판촉행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PC사업부 김상무 상무는 “윈도 7을 설치한 PC를 만들어 MS와 공동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성능은 물론 보안 측면에서 XP보다 월등히 앞서기 때문에 PC 시장이 빠르게 윈도 7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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