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형 ELS’ 등장… 주가조정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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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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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수록 수익내는 상품’ 시선 쏠려
주가수익비율 상승세… 거품 논란 ‘솔솔’
“경기회복되면 실적 개선될것” 낙관론도

한국투자증권은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이 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이번 주에 출시한다. 만기일의 코스피200이 기준일 대비 30%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하락한 만큼 투자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이 같은 ‘하락형 ELS’는 2004년까지 증권사들이 종종 팔았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2007년 말까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대세상승장에서 이런 구조의 상품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5년 만에 다시 등장한 이 ELS를 두고 시장에서는 “주가 조정이 점차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가 지난달 1,700 선을 돌파한 뒤로 거의 한 달째 옆걸음질을 치면서 증시 조정을 짐작게 하는 조짐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물론 낙관론자들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말 코스피 1,900 이상을 바라보는 증권사들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지난 1년간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입증하듯 지난 6개월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5조 원에 가까운 돈이 유출된 데 이어,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최근 들어 환매가 거래일 기준으로 25일째 이어지고 있다.

○ 여러 가지 조정의 신호들

주가 수준이 기업실적을 앞지르고 있다면 이 역시 조정의 또 다른 신호로 보는 것이 증권가의 통념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올 들어 더욱 높아졌다.

코스피200에 속한 기업들의 올 상반기 실적을 반영한 PER는 33.2배(적자기업 포함)로 지난해의 22.3배보다 50%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PER가 20.57배에서 27.98배로, LG전자가 38.94배에서 62.30배로 오르는 등 수출 비중이 큰 국내 대표기업들의 주가가 작년보다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향후 기업실적에 대한 거품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500대 상장사의 2010년 영업이익이 사상최대치인 84조 원에 이르고 2011년에는 매출액 합계가 10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의 증시 호황이 현재의 기업 가치보다는 이런 장밋빛 미래 전망에 근거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내년 84조 원의 영업이익은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 기대가 몰리면서 부풀린 수치”라며 “실적의 전제가 되는 경기회복의 강도가 정상적인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일시적 조정이냐, 추세 전환이냐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증시 조정 신호가 하나둘 관찰된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 현상이 상승 중에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 현상인지, 진짜 하락 추세 전환을 예고하는 것인지를 두고는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조익재 센터장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선행지수가 정점에 접근하고 있다”며 조정 국면이 찾아온다면 최저 1,400 선까지 지수가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도 “일단 10월은 장이 옆으로 움직이고, 11월부터 내년 1, 2월까지는 주가가 계속 빠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아주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비용 절감과 재고조정 등으로 좋은 실적을 냈지만,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본격적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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