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스즈키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한국부품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업체 관계자(오른쪽)가 스즈키차 임직원들에게 자사(自社) 제품의 특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대우인터내셔널
“이 제품의 장점은 뭡니까.”
“신소재를 써서 부품의 무게와 단가를 크게 낮췄습니다. 이 표를 보세요. 현재 스즈키자동차가 쓰고 있는 부품과 비교해 무게는 절반, 가격은 60% 수준입니다. 성능은 그대로고요. 차가 가벼워지니까 연료소비효율도 좋아집니다.”
“일본에서는 못 보던 제품인데 신기하네요! 멋집니다.”
15일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 하마마쓰(濱松) 시에 자리한 스즈키차 본사 서관(西館) 대회의실. 이곳은 아침부터 정장을 차려 입은 국내 기업인 40여 명과 작업복 차림의 스즈키차 임직원들로 붐볐다. 종합무역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국내 12개 중견·중소 자동차 부품업체와 손잡고 개최한 ‘한국부품전시회’ 때문이었다.
○ 대우, 중소기업에 수출 날개를 달다
이날 전시회는 대우인터내셔널이 스즈키차에 국내 부품기업들의 제품력을 알리고 현지 수출 시장을 넓히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스즈키차가 경차(輕車)로 유명한 만큼 이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량화 △고연비·친환경 신기술 △저비용에 초점을 둬 철저한 ‘맞춤형’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 전시에 참가한 12개 기업도 모두 각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과 제품을 가진 엄선된 곳이었다. 이들 중에는 ‘한국델파이’와 같은 중견기업도 있었지만 가진 것이라곤 기술력이 전부인 신생 중소기업도 여럿이었다.
자동차 배터리의 무게를 줄이고 성능은 높인 신기술 제품을 선보인 ‘뉴인텍’ 임상권 이사는 “중소기업은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해외시장 진출은 엄두도 못 낸다”며 “전시회 자료 번역, 통역부터 현지 관계자 소개, 재무 보증 및 거래 추진에 이르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대우인터내셔널은 국내 기업이 내놓은 부품의 무게, 가격, 성능 등 정보를 스즈키차의 현재 부품과 비교한 자료를 제시해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기업의 한 관계자는 “스즈키차의 부품 정보는 ‘대외비’인 게 많아 중소기업 혼자 힘으로는 알기 어렵다”며 “대우인터내셔널의 현지 지사가 수집한 정보가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이날 하루 동안 열린 전시회에는 스즈키차의 설계·생산·구매본부 임직원 200여 명이 다녀갔다. 이들은 한국 기업들이 가져간 100여 종의 제품 샘플을 직접 만지고 가동해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관람을 마친 스즈키차 직원들은 대우인터내셔널 측이 마련한 설문지에 △관심이 가는 제품 △채택하고 싶은 제품 △개선됐으면 하는 점 등을 적었다. 대우인터내셔널 일본지사의 김현준 이사는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거래 논의가 추진될 것”이라며 “이는 국내 각 기업들에도 전달돼 제품 개선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 철옹성 일본 시장, 신뢰로 녹인다
보수적인 일본 기업이 이날 자사(自社) 안에 특정 기업의 전시회 개최를 승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대우인터내셔널 측은 스즈키차와 오랜 기간 쌓아 온 ‘신뢰’를 이유로 들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일본 자동차 부품시장에 진출한 건 벌써 15년 전 일이다. 대우그룹 시절 자동차, 조선, 중공업 계열사의 부품 수출입 업무를 맡았던 것이 계기였다. 그룹은 이미 오래전에 해체됐지만 ‘자동차부품본부’는 살아남아 현재 국내 종합상사 중 유일하게 국내 자동차부품 기업들의 수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박성현 일본지사장은 “일본 기업이 거래처를 바꾸는 것은 ‘한 번 놓인 기차 철길을 뜯어내고 다시 까는 것’에 비유될 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런 면에서 15년간 쌓아온 대우의 신뢰와 브랜드 가치가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은 스즈키차를 비롯해 닛산, 혼다 등에 포스코 철강 및 알루미늄 휠 등 일부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거래는 7000만 달러 규모. 윤석환 대우인터내셔널 자동차부품본부 전무는 “자동차업계가 불황에 시달리고 있지만 엔화 가치가 높았던 일본에서 공격적으로 거래처를 개척한 덕분에 전체 매출을 10% 이상 키울 수 있었다”며 “2012년까지 일본 매출을 2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혼다 오사무(本田治) 스즈키차 전무는 “전시회를 통해 좋은 한국산 제품을 많이 접했다”며 “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협력을 이뤄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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