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가동 시작… 현대重 군산조선소 상식을 깨다

  • 입력 2009년 10월 13일 0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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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날개냐 과잉투자냐 업계 주목
1조2000억 원 투자결정 이후
세계 조선시장 신규 발주 끊겨
“추진력-스피드로 파고 넘을 것”
2년 내에 투자금 회수 자신감
주변에 풍력발전기 공장도 준공

현대중공업이 전북 군산시 군장산업단지에 짓고 있는 군산조선소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1조20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하고 작년 5월 공사에 들어갔지만 얼마 안 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세계 조선시장은 자원 개발을 위한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는 신규 발주가 거의 끊겼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발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나 급감했다. 현대중공업도 올 들어 대형 수주를 단 한 건도 못 올렸다. 군산조선소가 조선시장의 ‘상투를 잡은’ 대표적인 과잉투자 사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면서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투자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가 조선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군산조선소는 내년 2월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생산시설을 모두 지어 독(선박 건조 시설)에서는 배가 건조되고 있었다. 9일 현장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은 과거 역경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현대 정신’으로 세계 1위 조선업체의 명성을 잇겠다고 자신했다.

○ 금융위기 속 대형 조선소 완공

서해안 고속도로 군산 나들목을 나와 자동차로 20분쯤 국도를 달리자 빨간색 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높이 115m에 1650t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이 크레인은 군산조선소의 상징물이다.

현대중공업의 11번째 독이 설치된 군산조선소는 울산조선소에 비하면 전체 규모는 작지만 세계 최대 크기의 독과 골리앗 크레인을 갖춰 세계 1위 조선업체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었다. 독에선 50% 이상 제조 공정을 마친 18만 t급 벌크선 두 척의 블록을 이어 붙이는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른 공정에서는 다음에 생산될 배를 위해 철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작업을 부지런히 진행하고 있었다.

회사 측은 조선소의 준공식은 첫 생산 선박을 인도하는 내년 2월로 정했지만 안벽(생산된 배를 대기 위한 부두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완비해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가 목표로 하는 생산 능력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향후 2년 내 현재의 매출액을 올해 6300억 원에서 두 배로, 생산능력을 올해 6척에서 2.3배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 특유의 추진력과 스피드가 불황의 파고를 넘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조선소는 작년 1월 투자를 최종 확정한 뒤 1년 3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공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조선소를 세우기 전에 대형 유조선, 벌크선 등 33척을 미리 수주했다. 군산조선소 사무실에는 3년 뒤까지 생산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2년 내에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목표다.

표한근 군산조선소 경영지원본부 상무는 “중국, 베트남에 우후죽순으로 생긴 신설 조선소가 자리 잡기 전에 터진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산업 구조조정의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위기를 넘기면 군산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게 하는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가 1972년 조선업에 진출한 직후 1차 석유파동을 극복해 세계 1위로 성장할 발판을 만들었고, 1990년대 초 조선업계 불황 속에서도 조선소(울산 제2야드)를 증설한 것처럼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말이다. 이에 대해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조선 시황이 나빠져 투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군산조선소 투자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1위 자리를 빼앗길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며 “조선 시황이 좋아질 때까지 수주를 이어가며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 풍력발전 사업도 강하게 추진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인근에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신성장 사업인 풍력발전기 생산 공장을 준공해 다음 주부터 가동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공장에서도 작년 10월 1057억 원의 투자를 결정한 뒤 1년여 만에 생산 준비를 마치는 ‘현대 정신’을 발휘했다. 이달 초 미국 풍력발전 업체인 웨이브 윈드에 1.65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6기를 수출하는 계약도 이미 체결했다. 강한 추진력으로 ‘초스피드 생산시설 투자+공장 완공 전 생산물량 수주’라는 현대중공업 식 신사업 추진 전통을 이어간 셈이다. 윤병수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 상무는 “풍력발전기 사업의 매출을 2012년 12억 달러 규모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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