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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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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 회사 이름을 지은 기업이 한국어 이름의 기업보다 경영성과가 상대적으로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8일 오희장 한국경영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도움으로 외국어 사명 기업과 한국어 사명 기업의 자산수익률과 수출성과를 비교한 결과 이런 분석결과가 나왔다. 많은 기업이 해외 브랜드 전략과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 외국어 사명(社名)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좋은 경영성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 외국어 이름 가진 기업 경영성과 대체로 안 좋아
이번 분석은 2006년 상장(上場) 기업 중 2년 이내 사명을 변경한 기업과 금융업체를 제외한 523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대상 기업 중 한국어 이름 기업은 416곳, 외국어 이름은 107곳이었다. 이때 ‘○○컴퓨터’ ‘○○바이오’ 등과 같이 업종을 나타내는 일반명사로 외국어가 사용된 경우는 제외하고 ‘○○’ 부분이 외국어인 경우만 외국어 이름 기업으로 봤다. 오 연구위원은 외국어 사명과 경영성과, 사명과 주가(株價) 등에 대한 논문을 대한경영학회지, 한국경영학회 경영학연구 등에 게재해 왔다.
이들 기업의 2004∼2006년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어 이름을 사용한 기업 중 3년간 누적 실적으로 흑자를 낸 기업은 90.6%(377곳)인 반면 외국어 이름을 사용한 기업 중 흑자 기업은 81.3%(87곳)였다. 같은 기간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성과를 냈는지를 보여주는 자산수익률에서도 한국어 이름 기업이 6.0%로 외국어 이름 기업 4.8%보다 높았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고수익 기업군이 아닌 경우 자산수익률 격차가 1.2%포인트 정도면 의미 있는 차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위원의 논문에 따르면 외국어 이름을 가진 기업은 해당 사명의 사용기간이 길수록 경영성과가 안 좋아지는 특성을 보였다. 반면 외국어 사명을 채택하는 경우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보통 해외 시장에서의 브랜드 전략을 위해 외국어 사명을 사용하지만 수출성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결과도 나왔다. 한국어 이름 기업과 외국어 이름 기업의 수출실적 유무를 비교했을 때는 한국어 이름 기업들이 수출 실적을 내는 경우가 조금 더 많게 나타나는 등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 실적 안 좋은 기업이 외국어 사명으로 윤색 시도
오 연구위원은 분석 결과에 대해 “이는 기업들이 외국어 사명을 사용해 경영성과가 안 좋아졌다기보다는 사업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외국어 사명을 채택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어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전략 △원산지 효과(프랑스와 관련 있는 사업을 하는 기업 명칭에 프랑스어를 사용) △신기술 용어를 사명에 적용하는 경우 등의 사용동기 외에도 과거에 적자 경험이 많은 기업들이 외국어 상호를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들이 ‘마쓰시타(松下)’ ‘히타치(日立)’ ‘도시바(東芝)’ 등 자국어 기업 이름을 사용하면서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것을 벤치마킹해 한국어 등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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