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우리네 이야기’ 다큐 광고 뜬다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코멘트
‘함성도 없고 박수도 없는 이 그라운드에서 국가 대표 4번 타자가 크고 있습니다. 괴물투수가 자라고 있습니다. 영광보다 상처가 더 많은 날들이지만 아직 순서가 오지 않았을 뿐이죠. 누군가 희망을 묻거든 말없이 이곳을 가리켜 주십시오. 내일은 가득 찬 함성일 것입니다.’

두산그룹의 공익캠페인 광고 ‘프로야구 2군’편의 한 장면이다. 13년 만에 기업이미지 광고를 재개한 두산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야구 선수들은 실제 두산베어스 2군 캠프장에서 훈련하는 2군 선수들. 타격연습장, 손때 묻은 방망이, 흙 묻은 야구공, 라커룸 등 모두 2군 선수들이 사용하는 물품 그대로 사용해 현실감을 더했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광고업계에서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광고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소위 ‘다큐 광고’라 불리는 이 광고기법은 유명 CF모델이나 화려한 컴퓨터기술 없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을 등장시켜 제작한다. 최근 기업이미지 광고에서 이런 제작방식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광고에서 한 젊은 부부가 실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1년의 과정을 담은 다큐 광고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임신테스터를 통해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기뻐하는 모습에서부터 점점 아내의 배가 불러오는 모습, 분만실 장면까지 광고에 담아냈다. 이때 태어난 아기의 ‘시후’라는 이름도 실제 이름이다.

구조조정과 노조파업이라는 어려움을 겪은 쌍용자동차는 최근 실제 쌍용차 고객인 서울 중구 신당시장 상인 박상순 씨를 모델로 내세운 다큐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에서는 새벽부터 땀을 흘리며 늦은 밤까지 묵묵히 일하는 박 씨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당신에게서 땀의 원칙을 배웁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며 다시 일어서겠다는 쌍용차의 의지를 보여준다. 두산그룹 광고를 제작한 오리콤 관계자는 “TV 오락프로그램에서도 대본이 없는 버라이어티 쇼가 큰 인기를 얻듯이 광고계에서도 가공되지 않은 다큐 광고가 기업이미지 광고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