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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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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0년 예산안.’
정부가 28일 내놓은 2010년 예산안은 편성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부처간 예산 확보 경쟁이 치열했다. 복지예산 규모를 놓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맞짱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국방부에선 장관과 차관이 국방예산 삭감안에 대해 이견을 보여 하극상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4대 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예산안을 짤 때면 매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올해는 ‘쟁탈전’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증가율 최고 외교예산
G20 걸맞게 후진국 원조 늘려
대구육상-여수엑스포 대비도
최대폭 감소 산업예산
국책금융기관 증자 거의 없어
中企지원도 줄여 ‘옥석 가리기’
이렇듯 부처 간에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던 내년 예산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아직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4조 원가량 많은 적자예산을 편성해 재정확대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총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2.5%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 엿보였다. 위기 극복용으로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사업들은 대거 폐지되거나 축소된다.
내년 예산안의 특징을 문답(Q&A)으로 알아본다.
Q: 내년 예산안은 재정 확대인가, 아니면 긴축인가.
A: 시각에 따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 291조8000억 원을 지출할 예정인데 올해 본예산(284조5000억 원)보다는 2.5% 많고, 추경예산을 합한 것(301조8000억 원)보다는 3.3% 적다. 본예산을 기준으로 본다면 확대, 추경예산을 떠올리면 긴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용걸 재정부 2차관은 “총지출이 총수입보다 많아 여전히 적극적인 재정운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Q: 윤증현 장관과 전재희 장관이 팽팽히 맞섰던 복지예산은 역대 최대 수준이라던데….
A: 이번에 확정한 보건·복지예산액을 뜯어보면 두 사람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예산은 81조 원으로 올해 본예산(74조6000억 원)보다 8.6% 늘어난 것은 물론 추경예산을 합한 것(80조4000억 원)보다도 많다.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8%로 역대 최고다. 정부의 친(親)서민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보건·복지 분야의 당초 요구액(82조10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Q: 4대 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SOC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A: SOC 예산으로는 0.3% 늘어난 24조8000억 원을 배정했다. 증가율은 낮지만 확대 기조는 유지한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에는 4대 강 예산 3조5000억 원이 들어있다. 이를 제외한 순수 SOC 예산은 21조3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24조2000억 원)과 추경예산 합계(24조7000억 원)보다 3조 원가량 적다. 4대 강 예산 때문에 나머지 SOC 투자가 줄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008년 이전에 매년 10조∼18조 원을 SOC 사업에 배정한 것에 비하면 여전히 큰 규모라는 게 재정부 측 설명이다.
Q: 올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사업은 어떻게 되나.
A: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올해 본예산과 추경예산에서 1000억 원 이상 증액된 사업이 35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주택금융공사 출자, 지방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 등 15개 사업은 끝내기로 했다. 희망근로 프로젝트, 긴급 생계지원 등 20개 사업은 규모를 줄여 내년에도 운영한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27조6000억 원에서 7조7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재정부문에서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부분적으로 가동해 재정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Q: 외교·통일 예산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A: 3조4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4.7% 늘었다. 12대 사업 분야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다.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국격(國格)을 높이기 위한 재원이 대폭 반영된 결과다. 우선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2443억 원 늘려 국민총소득(GNI)에서 ODA가 차지하는 비율을 0.11%에서 0.13%로 높이기로 했다. 이 밖에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2년 여수엑스포, 2014년 인천아시아대회, 2015년 광주유니버시아드 등 국제행사가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사전 준비 자금도 반영했다.
Q: 공무원 보수는 또 동결된다는데….
A: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동결된다. 2년 연속 동결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다만 호봉 승급분은 예산에 반영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최근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이 문제를 놓고 정부와 대치할 가능성이 있다.
Q: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과 교육 예산은 왜 줄어드는가.
A: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10.9% 감소한 14조4000억 원이다.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 금융기관에 대한 증자나 출연이 내년에는 수출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중소기업 지원을 줄여 옥석 가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예산 편성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교육예산도 1.2% 줄어든 37조80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내국세의 20.27%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줘야 하지만 내년에는 내국세 수입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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