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公 “외국인 임원 모셔라” 혁신 실험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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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장-인사고문 연내 영입… “석유개발에 총력”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창사 30년 이래 처음 공기업으로는 흔치 않은 외국인 임원을 ‘수혈하는’ 이색적인 작업에 나선다. 특히 핵심적인 보직에 외국인 영입을 시도해 더욱 눈길을 끈다. 14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말까지 ‘석유개발 연구원장’과 ‘인사부문 고문’에 외국인 임원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현재 헤드헌팅업체 등을 통해 적합한 인재 물색에 나섰다.

석유개발 연구원장은 석유공사의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고급기술을 총괄하는 자리다. 또 인사부문 고문은 석유공사 인력 양성의 큰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인력과 조직의 글로벌화를 통해 회사의 체질을 바꿔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취임으로 촉발된 ‘공기업 외국인 임원 영입’ 바람이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기업의 특성상 그간 우리 회사의 역량을 스스로 돌아보고 외국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해 회사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외국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장단점을 냉정히 진단하고 벤치마킹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외국인 영입이 확대되면 기업문화 자체도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임원에게 보고를 하려면 각종 문서나 보고서를 영어로 작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벌써부터 “앞으로 영어를 못하면 자리보전이 힘든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고 있다.

석유공사의 이번 실험은 ‘석유공사를 국내 석유 수급을 다루는 단순한 공기업으로 남길 것인가, 세계 자원전쟁에서 승리하는 글로벌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내린 결정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창사 이래 전무후무한 이번 실험에는 ‘베테랑 종합상사맨’인 강영원 사장(58)의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을 맡는 등 종합상사에서만 30년 넘게 ‘내공’을 쌓은 수출전문인. 글로벌 사업의 최전방인 종합상사에서 쌓은 경험을 전형적인 공기업인 석유공사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석유공사 내에 ‘자원개발’만 총괄하는 임원으로 ‘석유개발부문 부사장’을 따로 둔 것도 일종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종전에는 자원개발과 다른 업무도 같이해 자원개발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업무에 신경 쓰지 않고 자원개발에 ‘올인(다걸기)’해야 자원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개발부문 부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도 맡기로 했다. 이로써 석유공사도 민간기업처럼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COO의 삼각편대를 구축하게 됐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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