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라세티’ 기술유출… 러서 복제차 판매중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코멘트
GM대우 前연구원들, 엔진 등 핵심기술 통째로 빼돌려
러社 올여름 이미 출시… 檢, 최신 모델 유출여부도 수사

러시아 자동차 회사의 한국법인에 입사한 GM대우자동차 출신 연구원들이 준중형차인 ‘라세티’(배기량 1500cc) 설계도면을 빼돌려 ‘짝퉁 라세티’를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짝퉁 라세티는 ‘C100’(배기량 1400, 1600, 1800cc)이라는 모델명으로 올여름부터 러시아에서 출시되고 있어 두 회사 간 자동차 분쟁 가능성도 있다. 국내 자동차 기술이 부분적으로 유출된 적은 있지만 통째로 기술을 빼내 완성차까지 만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러시아 대기업인 돈인베스트(DI)그룹 계열 자동차 회사인 타가즈(Tagaz)사의 한국 법인인 타가즈코리아의 연구개발센터장(상무) 황모 씨(43)와 총괄팀 부장 정모 씨(43)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영업비밀누설 등)로 3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GM대우 연구원 출신인 이들은 GM대우에서 자동차의 설계, 부품 재질 등에 관한 기준과 조건을 정한 기술표준문서와 승용차 라세티의 설계도면을 빼돌려 짝퉁 라세티 개발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황 씨는 10년 동안 대우자동차와 GM대우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06년 10월 퇴사한 뒤 같은 달 타가즈코리아에 입사해 신차 개발 총괄책임을 맡았다. 정 씨는 1993년부터 대우자동차와 GM대우에 근무했으며 퇴사를 10여 일 앞둔 2008년 3월 말 GM대우가 양산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엔진과 부품 설계도 파일, 기술표준문서 파일, 엔진개발 시험 보고서 등 파일 6437개를 자신의 컴퓨터에서 외장형 하드디스크로 내려받아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황 씨가 정 씨를 타가즈코리아로 영입하면서 GM대우의 기술 자료를 제공받아 타가즈코리아 설계 직원들에게 배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라세티 관련 기술 외에 신차인 ‘라세티 프리미어’ 등 최신 기술이 유출됐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GM대우가 2002년 개발한 라세티는 지난해 라세티 프리미어를 출시하면서 국내 출시는 중단했으나, 동유럽과 인도 등으로 지금도 수출하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라세티가 구형 모델이기는 하지만 신차 개발에 2000억∼300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통째로 유출된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타가즈사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타가즈코리아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이 이전에 사용하던 자료를 개인적으로 갖고 있을 수는 있으나 회사는 이와 무관하고 직원들에게 남의 기술을 절대 도용하지 말도록 각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