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민노총 해준게 뭐있나” 勞心등돌려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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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 뒷마당에 완성된 차가 줄지어 서 있다. 최근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쌍용차 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탈퇴 찬반 투표에서 73.1%의 찬성으로 탈퇴를 가결했다. 평택=박영대 기자
8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 뒷마당에 완성된 차가 줄지어 서 있다. 최근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쌍용차 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탈퇴 찬반 투표에서 73.1%의 찬성으로 탈퇴를 가결했다. 평택=박영대 기자
■ 쌍용차노조 탈퇴 투표 가결

민노총 “효력정지 신청 낼것”
노동부 “절차상 아무 문제 없어”

쌍용자동차 노조가 8일 민주노총을 탈퇴함에 따라 앞으로 민주노총의 운영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 노조는 조합원이 약 3000명으로 현대자동차(4만5000여 명)나 기아자동차(3만여 명)에 비하면 적은 규모이지만 민주노총 탈퇴가 지니는 상징성은 상당한 무게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파업을 무기로 강경하게 버티면 된다’는 식의 투쟁방식이 유례없는 장기 파업을 직접 겪은 현장 조합원들에게서 거부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b>○ 대안 없는 강성 일변도에 ‘염증’

실제로 이번 투표에 참여한 쌍용차 노조원들은 민주노총과 결별해야 하는 이유로 폭력성과 함께 ‘버티기’ 외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꼽았다. 현장 이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못 됐다는 것이다. 노조원 이모 씨(46)는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 상급단체 지시 없이 가능했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 지모 씨(40)는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노사 간에 중재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파업 기간 ‘민주노총이 회사를 살리는 데는 관심이 없고 이번 파업을 대(對)정부 투쟁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파업 막바지에는 일부 직원이 “강성 지도부와 민주노총에 조합비를 내는 것이 아깝다”며 급여에서 공제되는 조합비를 내지 말자는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분규가 일어났던 평택공장에서는 민주노총 탈퇴 안건 찬성률이 68.4%에 머물렀으나 창원공장(94.4%)과 정비지회(92.9%)에서는 압도적인 찬성표가 쏟아졌다. 평택공장에서는 20.2%의 조합원이 기권표를 던졌다.

○ 올해만 17개 기업노조 민주노총 탈퇴

민주노총으로서는 올 들어 쌍용차를 포함해 17개 기업 및 사업장의 노조가 탈퇴하면서 앞으로의 운영방식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올해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조는 조합원이 약 3만 명인 KT, 인천지하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대형 사업장이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 노조 등 다른 핵심 사업장과도 지역지부로의 전환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다.

민주노총은 쌍용차 노조의 투표에 대해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은 총회 소집은 효력이 없고 쌍용차 조합원들은 여전히 민주노총의 노조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조만간 법원에 쌍용차 노조원 총회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쌍용차 노조는 별도의 탈퇴 신청 없이 투표 결과만으로 자동으로 소속이 바뀐다”고 밝혔다.

한편 쌍용차 노조는 이날 투표에서 차기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 구성 안건을 78.6%(2077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다음 달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쌍용차 노조에서 차기 집행부가 민주노총이나 제3노총 가입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이때도 조합원 투표에 재적 과반수가 참여해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평택=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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