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녹색산업’ 외치면서 고효율 모터 푸대접”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제임스 정 SN테크 대표가 이 회사 제품인 고효율 산업용 모터를 들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고효율 부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제임스 정 대표
제임스 정 SN테크 대표가 이 회사 제품인 고효율 산업용 모터를 들고 있다. 정 대표는 “한국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고효율 부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제임스 정 대표
제임스 정 SN테크 대표
“美서 모터 투자유치 성공
대체에너지 개발만큼이나 에너지 핵심부품 기술 중요”

“녹색산업의 핵심은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는 고효율 제품입니다. 한국처럼 대체에너지만 개발해서는 될 일이 아닙니다.”

에어컨, 냉난방기 등의 부품인 산업용 고효율 디지털 모터를 생산하는 SN테크의 제임스 정 대표는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녹색산업의 핵심을 이같이 설명했다. 2003년 한국에서 설립된 SN테크는 국내 투자유치에 실패한 뒤 2007년 미국으로 진출해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다. 미국의 녹색 관련 벤처캐피털 ‘SAIL’이 총 500만 달러(약 62억 원)를 투자한 것. SN테크가 모터 관련 기술로 받은 국제특허는 20여 건에 이른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이 회사가 한국에서 외면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 대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고효율 부품에 대해 한국 정부나 업계가 무관심한 점을 꼽았다. 그는 “해외에선 모터를 산업의 심장으로 보고 기술 개발과 보안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지만 한국에선 일부 대기업만 소형 모터 개발에 주력할 뿐 관련 중견 중소기업들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녹색 바람을 타고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에어컨, 냉난방기 등 에너지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가볍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숨은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하는 투자자들의 투자행태도 문제라고 했다. 정 대표는 “미국은 뛰어난 기술, 전문성을 가진 벤처들을 조기에 발굴해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있는 반면 한국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벤처기업에 투자하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한국은 형식적이고 관료적인 편”이라며 “미국의 벤처캐피털은 은행처럼 단순히 자금만 주는 게 아니라 벤처기업의 기술을 평가하고 전망하는 역량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이날 한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다시 열었다. 미국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국과 미국이 각각 60%, 40%를 점하고 있는 지분구조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는 “우수한 기술이 미국 대주주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국내에서 우리 기술을 알아보는 우호적 투자자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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