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메르세데스벤츠 ‘GLK 220CDI’-현대차 ‘싼타페 더 스타일’ 타보니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한국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현대자동차‘싼타페 더 스타일’과 메르세데스벤츠가 처음으로 내놓은 ‘GLK 220CDI’를 타봤다. 두 모델은 배기량이 2.2L로 같고 크기도 비슷하다. 물론 가격은 벤츠가 2배 정도 비싸다.

싼타페가 대표선수 타이틀을 계속 유지할지, 벤츠가 중형 SUV 시장에 처음 진입해 성공할지 다양한 테스트를 해봤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각잡힌 외부 디자인 ‘엣지’ 있는 SUV

공인 연비 L당 14.2km
승차감-핸들링-안정성도 우수
실내 인테리어는 2% 부족

‘엣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GLK’를 본 순간 최근 인기 TV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혜수가 자주 내뱉는 유행어인 ‘엣지’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유선형 자동차 디자인의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벤츠는 최근 ‘각’을 세운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신형 C클래스를 시작으로 뉴 SL클래스, 뉴 E클래스 모두 엣지가 잡힌 디자인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GLK는 가장 각진 스타일이다. 전장 4.5m(현대자동차 아반떼와 비슷한 길이)로 준중형급 차체지만 충분히 강인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인테이크 그릴에 크게 박힌 벤츠 마크는 ‘나 벤츠야’라고 자랑하는 듯하다. 벤츠라는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하는 운전자들의 속물적인 구매욕을 자극하는 포인트로 보인다.

럭셔리 브랜드 중 모델 가짓수가 가장 많은 곳이 벤츠다. 초미니 경차 ‘스마트’부터 슈퍼카 ‘SLR’까지. 또 한 모델에 2.0L부터 6.3L까지 다양한 엔진 라인업도 특징이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었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ML’ 밑에 위치한 중형 SUV가 없었다. 일단 GLK가 그 위치를 메우면서 BMW ‘X3’, 아우디의 ‘Q5’와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국내에 들여온 모델은 2.2L 디젤엔진이 들어간 ‘GLK 220CDI’ 4륜구동이다.

먼저 시동을 걸어봤다. 벤츠 디젤엔진이 좀 시끄러운 편이었는데 220CDI 엔진은 소음과 진동이 많이 감소됐다. 엔진에 밸런스샤프트를 넣는 등 대책을 세운 덕분이다. EU5 환경기준을 만족시키는 이 엔진은 자동 7단 변속기와 맞물려 높은 효율을 낸다.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14.2km. 실제 테스트한 결과 시속 100km 정속주행하면 L당 16km대가 나왔다. 시속 80km로 달릴 때는 L당 19km까지 좋아졌다. 일반적인 시내주행 연비는 L당 11km 안팎이었다. 가속성능을 살펴보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9.8초(제원에는 8.8초), 최고속도는 시속 205km까지 올라갔다. 각진 디자인임에도 시속 160km까지 바람소리가 크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승차감은 벤츠의 전통적인 뻣뻣한 느낌은 아니다. 외모는 남성적인데 승차감은 여성적인 면도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차체의 자세를 잘 잡아준다. 커브 길을 급하게 돌아나가면 앞바퀴나 뒷바퀴가 따로 미끄러지지 않고 함께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뉴트럴스티어 현상을 보였다. 과격한 핸들링으로 차가 밸런스를 잃을 때 운전자가 당황하지 않고 위기를 탈출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정감이 높았다.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을 어느 정도 동시에 만족시키는 능력은 ‘역시 벤츠’라는 인정을 받아내기에 충분했다.

실내도 차의 크기에 비해서는 넉넉한 편이어서 성인 4명이 장거리 여행을 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SUV시장에서 벤츠라는 이름을 달고도 판매가 신통치 못했던 ML의 부진을 GLK가 어느 정도는 만회해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내 디자인은 아쉬움이 남는다. C클래스와 비슷한 인테리어는 원가절감의 냄새가 풍겼다. 소비자들은 소형차나 준중형급이라도 럭셔리 브랜드라면 뭔가 다른 고품격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벤츠는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원가절감의 태풍에서 벤츠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외모도 성능도 둥글 ‘국가대표’ SUV

연비-엔진-디자인 등 평균 이상
꼽을만한 단점도 장점도 없어
밋밋-심심한 게 흠이라면 흠

거참 곤란한 물건일세. ‘싼타페 더 스타일’….

이 밋밋한 차의 시승기를 어떻게 쓰라고 덜렁 가져다줬는지 현대자동차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도무지 쓸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1시간째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미 오랫동안 봐온 친숙한 디자인. 2010년형으로 외모를 바꿨다지만 성형수술이 아니고 보톡스 주사를 맞은 정도에 불과하다. 인테이크 그릴과 범퍼, 휠 디자인을 다듬었는데, 꼼꼼히 보지 않으면 어디가 변경됐는지 알아채기도 힘들다. 주행해 봐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군데 모나거나 특출난 부분이 없이 둥글둥글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왜일까. 그래, 바로 그거다. 딱히 꼬집을 단점이 없기 때문이다. 디자인, 승차감, 인테리어, 주행성능, 품질 등 자동차를 평가하는 각종 항목에서 A+ 학점은 없지만 모두 B 이상을 받고 있어서다. 착실한 모범생이란 얘기다. 디자인은 2005년 11월 출시된 이후 4년 가까이 지난 친숙한 모델이기 때문에 각자의 평가에 맡기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2010년형 모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엔진과 변속기다. 2.2L 4기통 R엔진은 현대차의 차세대 디젤엔진으로 출력과 연료소비효율(연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여기에 더해진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성능을 더욱 잘 살려준다. 과거 모델은 5단 변속기였다.

2.0L 모델은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40.0kg·m에 연비가 L당 15.0km다. 2.2L 모델은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kg·m, 연비는 L당 14.1km로 제법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2.2L 모델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을 전문 장비로 측정한 결과 10.4초가 나왔다. 빗길에서 측정했는데, 마른 노면이었다면 10초까지도 가능해 보였다. 출력과 가속성능이 말해주듯이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전혀 답답함이 없고 시원한 가속이 일품이다. 소음과 진동도 과거 모델보다 상당히 줄어들어 가솔린 엔진에 근접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 주행 연비도 괜찮은 편이다. 시내 주행은 L당 11km 안팎이었고, 시속 100km 정속주행 연비는 L당 18km에 달했다. 시속 80km로 정속주행할 때는 L당 20km를 넘어섰다. 디젤엔진 기술의 발달이 경이롭기만 하다. 동력성능과 연비 모두 A 학점을 줘도 될 듯하다.

인테리어도 좋아졌다. 계기반은 크롬링과 함께 색이 퍼져 보이는 블루 컬러의 그라데이션을 적용해 고급스러움과 시인성을 높였다. 센터페시아에는 고휘도 실버페인트를 적용하고, 버튼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꿨다. 가죽시트도 미끄러움이 덜한 알칸타라 스타일로 바뀌어 착좌감이 향상됐다. 인테리어 역시 A 학점은 될 것 같다.

문제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이다. 싼타페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승차감이 부드러우면 튀지나 말든가, 튄다면 핸들링이라도 좋든가 해야 하는 것이 서스펜션의 정석이다. 그런데 싼타페는 부드럽기는 하지만 노면의 요철에서는 제법 튄다. 서스펜션과 차체의 연결도 느슨한지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약간 덜렁거리는 느낌도 든다. 차체 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C+ 학점을 간신히 벗어난 B 학점이다. 싼타페는 운전자를 감동시킬 만한 요소는 없지만 서스펜션을 제외하면 종합적인 완성도가 높아 한국의 SUV 대표선수로 당분간 활약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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