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옷 다시 진열하는 백화점들

  • 입력 2009년 8월 16일 22시 38분


8월 초 휴가를 다녀온 회사원 신모 씨(28·여)는 16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에서 선글라스를 샀다. 신 씨는 올 여름 선글라스를 새로 장만하고 싶었지만 휴가 기간이었던 8월 초, 비내리는 궂은 날씨 때문에 구입을 미루다 늦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뒤늦게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신 씨는 "휴가는 끝났지만 주말에 짬을 내서라도 선글라스를 쓰고 바닷가를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 내내 매출이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던 백화점 여름 상품 매출이 뒤늦게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직장인들의 바캉스 시즌은 거의 끝났지만 길게 이어지던 장마가 끝난 후 시작된 '불볕 더위' 때문이다. 이에 각 백화점에서는 창고에 옮기던 여름 상품을 다시 꺼내 판매 기간을 8월 말까지 늘리고 다양한 특별 기획을 준비하는 등 '제2의 여름 대목' 준비에 나섰다.

●에어컨 매출 최대 82% 증가…여름 행사도 기간 연장

16일 주요 백화점들에 따르면 이달 초 장마가 끝난 다음부터 각 백화점의 여름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4일부터 13일까지 열흘 동안 전국 모든 점포의 에어컨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고 밝혔다. 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8월 중순에 끝낼 계획이었던 에어컨 판매 행사도 8월 말까지 연장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13, 14일 에어컨 매출도 각각 지난해 같은 날 대비 82%와 79.8%가 늘었다. 여름 특판 에어컨이 철수하는 8월 중순에 때 아닌 '여름 대목'을 맞은 것이다.

이는 에어컨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롯데백화점의 여성용 여름옷 매출액은 조사 기간 동안 23% 늘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여름 의류와 수영복 매출액이 장마가 끝난 후 20~30% 씩 늘어났다. 이에 따라 백화점마다 여름 특판 행사를 연장하거나 새로 만드는 등 대목 잡기에 나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원래 8월 중순이면 매장 진열대에서 여름 상품을 거둬들이고 가을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는 때"라며 "올해는 늦게 찾아온 여름 때문에 여름 상품을 계속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갈치는 비싸고 고등어는 싸고

육지는 뜨겁지만 바닷속은 이상 저온의 여파로 생선가격이 들쭉날쭉해졌다. 최근 연근해 해수온도가 예년에 비해 계속 낮게 유지돼 여름 어종인 갈치는 가격이 오른 반면 겨울 어종인 고등어 값은 크게 내렸다.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16일 고등어 1마리 가격은 특판 기준으로 148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 3000원을 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반면 갈치 가격은 350g 한 마리에 5500원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25% 이상 올랐다. 갈치 가격은 통상적으로 어획량이 늘어나는 여름에 떨어지고 고등어는 그 반대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장마가 길었던 탓에 바다 수온이 낮아 고등어 등 겨울 생선이 잘 잡히고 제철 생선인 갈치 어획량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청 조사 결과로도 거제도 앞바다의 이달 1일 수온은 26℃로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3℃ 이상 낮았다.

하지만 고등어와 갈치의 '가격 역전' 현상도 곧 해소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여름 바다 수온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낮았다"며 "장마가 끝난 이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수온도 따라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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