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갑자기 상승… 强달러로 선회?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글로벌시장 ‘출구전략’ 거론되자 달러화 강세
“美금리 오를 일만 남았다” 시장기류 반영된 듯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나흘 연속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며 1250원 턱밑까지 올랐다. 쉴 새 없이 국내 주식을 매입하던 외국인도 주식을 팔고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3월 이후 약세를 이어가던 달러화가 방향을 튼 것인지를 놓고 국내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40원 오른 124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228.50원으로 연중 최저를 보인 뒤 이달 3일(1222.40원)과 4일(1218.00원) 3거래일 연속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그러나 이후 방향을 바꾼 환율은 1주일 만에 30원 가까이 뛰며 1240원대 후반까지 뛰어올랐다.

● 달러인덱스 일제히 오름세 전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주로 코스피와 반대로 움직였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면서 달러화를 팔면 코스피는 오르고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는 식. 하지만 11일은 코스피가 오르고 외국인이 순매수를 했는데도 환율이 급등했다. 역외시장에서 다급한 달러 매수 주문이 몰렸기 때문이다. 12일에는 20일 연속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140억 원 이상 주식을 팔아치우며 환율 상승에 불을 지폈다.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월 9일 89.142까지 오른 뒤 하향세로 돌아서 이달 6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77.63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7일부터 달러는 강세로 돌아섰고 12일 달러인덱스는 79.225까지 올랐다.

● 출구전략 강도가 환율 흐름 결정

달러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시장이 먼저 움직인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로 수준인 미국 금리가 앞으로는 오를 일만 남았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들도 뒤쫓아 갈 것이기 때문에 ‘통화 간 금리격차’가 미리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그 국가로 자금이 몰리고 통화가치는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선 3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도 9월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달러를 찍어내는 것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최근 동유럽발 금융위기 위험이나 서유럽 경기침체가 심각하다는 뉴스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달러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당국이 은행들에 공급했던 외화를 대부분 회수한 데다 당국의 개입에 대한 부담감도 환율 상승에 힘을 싣고 있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주요국들이 통화 및 재정정책을 정상화하는 ‘출구전략’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유동성의 힘으로 부양된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하고 글로벌 달러 강세와 원-달러 환율 상승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율이 장기적으로는 하향곡선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높고 외국인 순매수세와 무역수지 흑자 등 달러 공급도 이어질 것이므로 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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