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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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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수 성진지오텍 사장(54)은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이 캐나다 오일샌드(원유 성분이 함유된 모래)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여는 임원회의에 참석한다. 참석 인원은 10명. 이 회의는 오일샌드 개발 설비를 납품하는 협력사끼리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3개월마다 열린다. 엑손모빌을 비롯해 독일 철강사 티센크루프, 영국 설계 엔지니어링사인 에이맥 등 세계적인 기업 관계자들이 나온다. 국내 에너지 개발장비 중견기업이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함께 오일샌드 개발에 참여해 화제다.》
성진지오텍은 최근 190만 달러 규모의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프로젝트에 사용될 테스트 모듈 수주 계약을 하고 시제품을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엑손모빌과의 본계약에 앞서 시제품을 만들어 캐나다 앨버타 주 포트맥머리 현장에 보내 모듈화 설비의 실제 운송과 설치까지 전 과정이 원활한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엑손모빌은 기존의 카타르, 앙골라 등에서 가스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새로운 개발처로 오일샌드에 눈을 돌렸다. 오일샌드는 중질유(重質油)를 10% 이상 함유한 모래로 캐나다,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지에 약 7000억 배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엑손모빌은 현재 시추공 4000여 개를 통해 하루 원유 1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는 이를 6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그만큼 오일샌드 개발 설비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성진지오텍의 사업영역은 플랜트와 해양조선업 에너지 등 다양하다. 일본 히타치중공업 등과 기술 제휴해 기술력을 키워 발주처의 요구대로 맞춤형 제작을 할 수 있어서다. 2002년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폐열회수 설비와 프랑스 시뎀사의 담수화 플랜트 사업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에 국내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대형 담수발전 설비를 납품했다.
신 대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올해 1분기까지는 암흑기와 다름없었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의 주요 오일 메이저가 공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경기 전망이 다시 좋아지고 있다”며 “이런 수요에 맞춰 모든 장비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성진지오텍은 1989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 5201억 원, 영업이익 748억 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을 수출(21개국)로 올리며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3억 달러 수출탑을 받는 등 수출탑을 총 8번 탔다.
아주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신 대표는 1983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았다가 2006년부터 성진지오텍을 이끌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