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CB’ 이건희 前회장 무죄 확정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9분


대법, ‘삼성SDS BW 저가 발행’은 유죄취지 파기 환송

대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67)과 허태학 박노빈 전 에버랜드 사장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삼성은 13년간 계속된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9일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을 통해 회사에 969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같은 혐의로 따로 기소된 허, 박 전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주주 배정의 경우 3자 배정과 달리 전환가액을 시가에 따르지 않아도 이사로서 임무를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기존 주주가 스스로 실권한 CB를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씨 등 4명에게 배정한 행위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에버랜드를 통해 확보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회장과 전현직 임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 재판에서 SDS가 BW를 이 전무에게 배정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다시 계산해 이 전 회장과 이학수 전 부회장 등에 대한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다시 정하게 된다. 서울고법이 다시 산정한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유죄 판결이 예상되지만 1심 판결처럼 손해액이 50억 원을 넘지 않으면 2006년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처벌을 면하는 면소 판결을 받는다.

이 전 회장 등이 삼성 계열사 주식을 차명 거래해 주식 양도소득세 1128억 원을 포탈했다는 혐의는 이날 유죄가 확정됐지만 SDS BW 저가발행 혐의에 대한 판단이 바뀌게 돼 이에 대한 양형도 서울고법이 다시 정하게 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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