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차이보다 ‘일본제 좋다’ 고정관념 더 문제”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있는 세라믹 소재 전문기업 이글래스의 김종철 사장. 1600도에서 세라믹 분말의 원료를 굽는 소성로 안을 살펴보고 있다. 시흥=박형준 기자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있는 세라믹 소재 전문기업 이글래스의 김종철 사장. 1600도에서 세라믹 분말의 원료를 굽는 소성로 안을 살펴보고 있다. 시흥=박형준 기자
■ 부품소재 연구개발 5년… 김종철 사장의 고군분투기

한국은 1965년 국교 정상화로 일본과 무역을 본격화한 이후 지난해까지 44년 동안 단 한 번도 흑자를 내 본 적이 없다. 정부는 무역역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적자는 매년 늘어나기만 한다. 2000년 114억 달러(약 14조6200억 원)이던 대일(對日) 무역적자 규모는 지난해 327억 달러까지 늘었다.

무역역조의 가장 큰 원인은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대일 의존. 이 때문에 정부와 국내 산업계는 환율환경이 유리한 올해 일본의 부품소재산업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꼭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우리 산업계가 부품소재의 대일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고, 희망의 싹은 자라고 있을까. 일본제 소재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일에 인생을 걸고 있는 한 중소기업인의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일본제 추월 자신감으로 창업

김종철 씨(47)는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민간 및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약 10년간 세라믹 분야를 연구했다. 한국에선 세라믹 분야에서 꽤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그는 2004년 초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연구소에 사표를 냈다.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소 생활이 사실 부끄러웠어요. 뭐든 ‘성공했다’는 보고서를 만들었거든요. 하지만 상업화에 성공해야 정말 성공한 거 아닌가요. 게다가 대부분의 기업이 일본 부품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일본을 꺾어 보고자 하는 욕심도 컸어요.”

그는 2004년 5월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있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창업보육센터에 들어갔다. 50평의 작업공간을 빌렸고, 100억 원대의 분석기계도 무료로 이용했다. ‘이글래스’라는 상호로 법인 등록도 끝냈다.

전공을 살려 ‘세라믹 합성 분말’을 만들었다. 휴대전화 속에 들어가는 전자부품 소재다. 밀가루같이 생겼지만 간단히 봐선 안 된다. ‘국산 1호’ 소재다. 국내 전자부품 기업들은 일본 아사히글라스 등 해외에서 100% 수입해 왔다. 김 씨는 일제와 성능은 같지만 가격은 절반인 제품을 만들었다.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무역 장벽보다 높은 마음의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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