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공급 기름값 8일부터 공개… 정부-업계 ‘실효성 논란’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기름값 내릴 것” “부작용만 유발”

8일부터 각 정유회사의 주유소 공급 기름가격이 주 단위, 월 단위로 인터넷에 공개된다. 이에 앞서 1일부터는 그동안 금지돼온 대리점 간 또는 주유소 간 기름 거래(이른바 수평거래)도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지식경제부는 두 제도가 정유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기름값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 “공급가 계산에 문제” 정유업계 ‘불만’

국내에서 정유회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는 방식은 △대리점이라는 중간공급자를 거치거나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직접 거래하는 두 가지로 크게 나뉜다. 흔히 정유회사는 일반 주유소보다 구입 단위가 큰 대리점에 더 싼값에 기름을 공급한다. 정유업계 점유율 1위인 SK에너지는 SK네트웍스라는 중간대리점을 통해 거래하는 물량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반면 2위인 GS칼텍스는 주유소와 직접 거래하는 비중이 70%다. GS칼텍스 측은 “8일 두 정유사의 공급가 평균을 단순 비교한 데이터가 공개되면 대리점 물량이 많은 SK 쪽이 단 10원이라도 더 싸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대리점 중간마진이 반영되지 않은 ‘착시 가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SK 측은 평균 공급가 공개 뒤 직거래 주유소들의 공급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질까 고민하는 눈치다.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SK가 대리점 공급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계열사 특혜 논란을 피해갈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가격만 더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탈세·안전위험 조장 주장도

대리점과 대리점, 주유소와 주유소, 판매소와 판매소 간 기름 거래를 허용하는 ‘수평거래’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수평거래가 시작되면 석유판매자들은 자신보다 값싸게 기름을 확보한 판매처에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소비자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서는 “이런 복합다중 거래 방식으로는 기름의 유통 궤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휘발유를 팔고도 경유를 팔았다며 지원금 혜택을 누리는 등 탈세가 횡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경부는 “유가 모니터링 전담반을 꾸려 초기 6개월간 상황을 감시하고, 석유관리원을 신설해 유사석유 유통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 사업자들의 ‘꼼수’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추가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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