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혁신 또 혁신…팔색조 리더쉽,불황고개 넘는다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삼성 이수빈 회장, 대표이사 26년째… 세계의 삼성 견인▼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와 재판 때문에 리더십 문제를 겪어왔다. 그래도 ‘글로벌 삼성’의 전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고의 전문 경영인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직업이 최고경영자(CEO)’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재직 기간만 26년에 이른다. 외유내강형이며 정이 많아 덕장(德將)으로 불린다. 지난해 7월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 이후 대외적으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며 사장단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의 대표적 1세대이다. 1984년 당시 보통 3년이 걸리는 반도체 공장 설립을 강한 추진력으로 6개월 만에 완공한 주역이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에 대한 해박한 전문지식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고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매년 130일 이상 해외를 누비며 수주활동을 진두지휘한다. 선박 용접 작업을 하는 현장 직원들을 위해 얼음을 트럭 가득 싣고 다니며 직접 퍼준 일화는 현장 경영의 상징처럼 지금도 회자된다. 이상대 삼성물산 부회장은 ‘변화 없이는 생존도 없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삼성아파트에서 ‘삼성’을 빼고 ‘래미안(來美安)’이란 브랜드를 내세우는 모험을 시도해 큰 성공을 거뒀다. 버즈두바이 같은 세계 초고층 빌딩 시공실적 1위, 국가고객만족도 11연패도 그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일궈낸 것이다.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장인 최지성 사장의 별명은 ‘디지털 보부상’이다. 반도체 디지털미디어 정보통신 분야를 두루 거쳤고 기술과 영업을 다 아는 타고난 마케터(marketer)이기 때문이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늘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말한다. 틈만 나면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 다양한 현장 경험과 폭넓은 금융지식으로 ‘금융 삼성’의 위상을 끌어올린 주역이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창조적 기업혁신의 선도자’로 불린다. 삼성SDI를 브라운관 회사에서 글로벌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꾸준히 변신시켜 왔기 때문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포스코 정준양 회장, 위기에 더 단단해지는 강철 리더십▼

포스코를 이끄는 정준양 회장은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다.

정 회장이 2월 취임 직후 제시한 경영방침 가운데 하나가 ‘열린 경영’이다. 포스코 내부는 물론이고 공급사 및 고객사,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취임 후 첫날 고객사인 울산의 현대중공업 공장으로 향했다. 고객의 말을 세심하게 경청하겠다는 표현이다.

정 회장의 이런 ‘소통 행보’에는 이를 바탕으로 도약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다. 어려운 경영 여건에서 포스코의 새 수장이 된 정 회장은 오히려 “2009년이 포스코가 새롭게 도약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암울한 경제현실이 아니라 두려움 그 자체이며 스스로의 저력을 믿고 혁신 정신으로 단결하면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 회장의 주장이다.

정 회장에 이어 이동희 대표이사 사장과 최종태 대표이사 사장이 포스코의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재무투자부문장인 이 사장은 자금관리실장, 재무실 및 자금관리담당 임원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최근 포스코의 7억 달러 규모 해외채권 발행 성공을 이끌었다. 경영지원부문장인 최 사장은 인력관리부장과 인재개발원장 등을 지낸 ‘인사 전문가’다.

주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은 윤석만 회장과 정동화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출신이며 정 사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설비담당 부소장을 지냈다.

성현욱 포스코특수강 대표이사 사장과 조준길 포스코강판 대표이사 사장도 광양제철소 부소장 출신이다. 포스데이타 박한용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 인력자원실장을 지냈으며 포스코파워 조성식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 부사장으로 인도법인장을 지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LG 강유식 부회장, 지주사 전환 등 난제 깔끔히 처리▼

LG그룹을 대표하는 전문 경영인은 4명의 부회장이다.

강유식 ㈜LG 부회장은 매사에 원칙과 정도(正道)를 강조한다. 한 사장급 인사는 “2003년경 불법 대선자금 문제가 터졌을 때 강 부회장은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LG는 망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원칙론을 폈던 일화는 유명하다”고 전했다.

강 부회장은 공동 창업주 가문의 계열분리,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등 그룹의 난제들을 진두지휘해 왔다.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은 구본무 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20년 넘게 경영 현장을 누빈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2007년 3월 LG상사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이후 미래 수익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어떤 위기도 이겨낼 사업체질 강화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한 ‘컨트리 마케팅’ 확대 △인재 육성과 혁신문화 조성을 3대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해외출장 때마다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한다. 대표적 경영철학이 ‘고객가치 혁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혁신 마인드는 LG전자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고 있다. 2006년의 연간 영업이익은 8400억 원이었지만 남 부회장의 취임 첫해인 2007년 1조2000억 원, 지난해 2조13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주요 화학계열사의 CEO를 두루 거친 정통 화학맨이다. 2006년 LG화학 사령탑에 오른 뒤 스피드 경영을 강력히 펴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그는 “자기 몸이 상하는 것은 바로 회사 자산을 상하게 하는 것과 똑같다”는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을 펴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두산 박용현 회장, 국내最古기업의 형제경영 희망가▼

올해 창립 113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最古) 기업 두산그룹은 책임경영을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다른 그룹에 비해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 경영인의 비율이 높다.

오너 경영의 중심에는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이 있다. 최근 ㈜두산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은 부친인 박두병 전 회장의 6남1녀 중 4남으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8∼2004년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의사 출신이다.

박 회장은 2005년 학계에서 은퇴해 두산그룹 연강재단 이사장과 전경련 부회장을 거쳤다. 이번에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5남으로 두산그룹의 발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그는 2000년 두산중공업(옛 한국중공업)과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 인수에 이어 2007년 미국 밥캣과 지난해 노르웨이 목시 인수 등에 적극 참여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박용성 회장은 3남으로 2005년부터 본격적인 그룹 경영을 맡았다. 박 회장은 두산의 주력산업을 소비재에서 인프라 중심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해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학원개혁을 이끌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대한체육회장으로 취임해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두산의 오너 경영을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전문 경영인으로는 최승철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과 김기동 두산건설 사장, 이남두 두산엔진 부회장 등이 꼽힌다.

최승철 부회장은 1977년 두산기계에 입사해 두산메카텍 사장과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을 거쳤다. 김기동 사장은 1976년 대우건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7년 두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 이남두 부회장은 1976년 두산중공업 경리부에 입사해 경영관리 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3년 두산엔진 사장을 지냈다.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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