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조용하게 ‘생일’ 맞는 기업들

  • 입력 2009년 3월 20일 17시 26분


글로벌 경기 침체의 불똥이 국내 기업들의 창립 기념일에도 튀었다.

삼성, LG 그리고 전 대우 그룹 등은 모두 이 달 중 일제히 창립기념일을 맞지만 최대한 조촐하게 치르거나 아예 그룹 차원의 축하 행사를 생략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의 창립기념일은 '모태'인 삼성물산이 출범한 3월22일이다. 올해로 창립 71주년이 되지만 삼성은 성대한 기념행사 등을 일절 치르지 않기로 했다.

'특검 사태' 여파로 이건희 전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는 등 공식적으로 그룹 조직이 없어진데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화려한 자축연'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경우도 내부 행사 차원에서만 20일 임직원들에게 근속상 등을 시상했다.

LG그룹 또한 27일 창립 62주년을 맞이하지만 전례대로 특별한 행사 없이 휴무만 할 계획이다.

과다 채무 및 부실 경영 등으로 1999년 워크아웃(개업개선작업)판정을 받고 해체된 옛 대우그룹의 창립기념일은 22일. 대우의 전직 임원 모임인 '우인회'는 20일 오후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대우 출범 42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올 해는 김우중 전 그룹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큰 의미가 있지만 '한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끼리 조용한 친목모임 성격으로 치른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우인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한때 동고동락했던 이들을 정신적으로나마 위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각자의 속사정이야 어떻든 성대한 창립 기념행사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정안 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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