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물꼬 터 ‘부동산’ 살리기… 단기적으론 집값 하락 가능성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 3·15 세제개편안 주요내용

종부세 완화 이어 盧정부 징벌세 논란 종지부

‘3주택 이상’ 양도세 종전보다 30 ~ 70% 줄어

기업 부채상환 위해 자산 매각땐 법인세 감면

외국인 국채투자땐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면제

정부가 15일 내놓은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多)주택 및 비사업용 토지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지난달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신축 및 미분양 주택 구입에 대한 양도세가 5년간 면제 또는 감면된 데 이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도 사라져 양도세와 관련한 부동산 규제는 사실상 모두 풀리게 됐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이런 조치들이 곧바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 ‘소수의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 다주택자 규제 풀어 거래 활성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에 이어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분야에 박아놓은 ‘대못’을 제거하는 의미가 있다.

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양도세제를 조세원리와 시장기능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거래가 활성화되면 지방세인 취득·등록세는 물론이고 양도세 세수도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는 2005년 ‘8·31부동산대책’ 등에 포함된 핵심적인 규제다.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집을 팔 때 50∼60%의 높은 세율을 물려 손에 쥘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도가 시행된 2007년 이후 정상적인 주택거래마저 급격히 위축되는 등 시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다주택자에게만 ‘징벌적인 성격’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조치로 다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거나 양도세 금액만큼 집값을 높여 부르는 관행은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단기간에 약발을 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침체에 빠진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매물 쏟아져 집값 하락 압력 커질 듯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3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주택 한 채를 16일 이후부터 팔아 양도차익을 5000만∼5억 원 남긴다면 양도세가 종전보다 30∼70% 줄어들게 된다.

양도세 절감 혜택을 받는 가구는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9% 정도로 추산된다. 2005년 8월 ‘가구별 주택 보유현황’에 따르면 2주택 이상을 소유한 가구는 전체 유주택 가구(970만6870가구)의 9.1%인 88만7180가구였다.

단기적으로는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면 다주택자들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내 경기침체로 약세를 보이는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기가 회복되면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소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양도세 중과 폐지는 경기 상승기에 보유 심리를 자극해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도태호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양도세 중과 폐지로 시장이 불안해지면 금융규제와 투기과열지구 재지정 등을 통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며 “상황이 바뀐다고 해서 징벌적 조세정책을 다시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구조조정 세제 부활

정부는 이와 함께 외환위기 때 한시적으로 운영됐던 ‘기업구조조정 세제’를 2년간 부활해 기업 구조조정을 세제 측면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현행 세제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위기 상황에 맞는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우선 금융부채를 갚을 목적으로 기업의 부동산 및 주식 등 보유자산을 팔 때 법인세 및 양도세를 3년 거치, 3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대주주로부터 무상으로 증여받은 자산을 부실기업이 부채를 상환하는데 쓸 때도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기업이 비사업용 토지를 팔 때 법인세를 중과했던 제도를 폐지하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건설사 등이 남는 땅을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당근’도 마련됐다. 외국인이나 외국법인이 국채와 통화안정기금채권에 투자하면 다른 선진국처럼 이자에 대한 소득세와 법인세 원천징수를 면제해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기업의 신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규모를 초과해 투자하는 기업에는 ‘투자 증가분의 10%’를 추가로 세금에서 깎아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나누기’ 과정에서 임금이 삭감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는 줄어든 임금의 50%를 내년 초 연말정산 때 1000만 원 한도 안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Q: 양도세 중과 폐지 언제부터 적용되나

A: 4월국회 통과되면 오늘분부터 소급



■ 주요내용 Q&A

정부가 15일 발표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폐지 방안의 주요 내용을 Q&A 형식으로 알아본다.

Q: 양도세 중과 폐지는 언제부터 적용되나.

A: 기획재정부는 관련 세법의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지만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16일 양도하는 주택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양도 시점은 원칙적으로 잔금 청산일을 기준으로 한다. 국회에서 법안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효가 되지만 여야 모두 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양도세 중과 폐지가 번복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재정부는 보고 있다.

Q: 2주택 보유자에 대해선 이미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데….

A: 이는 2009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예외규정 때문이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2주택 보유자는 2011년 이후에도 중과세 면제 혜택을 보게 된다.

Q: 2주택 이상 보유자가 보유기간 2년 미만인 주택을 팔 때도 중과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나.

A: 그렇지 않다. 이전처럼 보유기간 1년 미만이면 양도세율 50%, 1년 이상 2년 미만은 40%를 적용한다. 등기 절차를 거치지 않은 미등기 주택이라면 70%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Q: 현재 보유한 주택이 2채이고, 이와 별도로 조합원 입주권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되나.

A: 지금까지는 조합원 입주권도 주택 1채로 간주해 60%의 세율을 적용하되 2009년 1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45%의 세율을 적용했다. 16일부터는 3주택 보유로 간주해 기본세율인 6∼35%(2010년부터 6∼33%)를 적용한다.

Q: 양도세 중과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A: 비사업용 토지 및 1가구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제도는 2005년 말 세법 개정에 따라 2007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또 3주택 이상 중과는 2003년 말 개정된 세법에 따라 2005년 1월 1일부터 적용됐다. 정부는 ‘투기를 억제한다’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이번에 폐지하기로 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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