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개 상장기업 어제 주총… 경기침체로 대체로 우울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률 이상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윤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는 시장 성장률 이상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연말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환율 효과가 사라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업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남 부회장은 “연말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환율 효과가 사라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실적급감에 곳곳 분쟁… 삼성 - LG전자는 격려 분위기

대부분 배당금 대폭 줄고 기념품마저 사라져 썰렁

경기침체로 전에 없이 힘든 나날을 보낸 기업들의 올해 주주총회는 그 어느 해보다 침울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실적 악화로 기업들은 배당을 크게 줄였고, 주주들이 경영진에 책임을 추궁하는 장면도 간간이 목격됐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주주들이 오히려 경영진을 격려하고 함께 위기 극복을 다짐하는 모습도 보였다.

13일은 111개 상장기업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주총 데이’였다.

○ 실적 악화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올해는 실적이 크게 악화된 탓에 주총에서 홍역을 치른 상장사가 많았다. 특히 이런 경향은 코스닥 기업들의 주총에서 두드러졌다.

지난달 26일 열린 인터넷기기업체 씨모텍의 주총장에서는 경비업체 직원 40여 명이 출입구를 두 줄로 막고 주주 명부와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한 뒤 입장시켰다. 오전 9시가 되자 삼엄한 경비 속에 주총장 문을 아예 잠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로 큰 손실을 입으면서 경영권 분쟁까지 촉발돼 싸늘한 분위기에서 주총이 진행됐다.

10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입장을 제지당한 한 소액주주는 “키코로 손실을 입고 공시도 늦게 한 회사 경영진에 반대한다”며 “조금 늦었다고 주주를 들여보내지 않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최근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온누리에어는 지난달 말 주총에서 주주와 경영진이 한목소리로 한국거래소를 성토했다. 한 주주는 “거래소의 상장 폐지 실질심사로 회사 이미지가 나빠져 가슴이 아프다”며 거래소 책임론을 주장했다.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과 짭짤한 주총 기념품마저 사라진 것도 올해 주총의 우울한 단면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배당금을 축소한 기업은 전체의 39.7%였다. 삼성, LG 등 10대 그룹의 주당 평균 배당금도 전년에 비해 12.4% 줄었다.

매년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에게 기념품을 선물했던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양주 ‘킹덤 12년’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선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올해 주총에서는 따로 기념품을 돌릴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질타 대신 격려…자진 임금 삭감도

13일 오전 열린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의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경영진에 불만을 터뜨리기보다는 앞 다퉈 격려성 발언에 나섰다.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도요타 소니 같은 초우량 기업들도 적자를 내고 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이런 불황 속에서도 배당을 하기로 결정한 경영진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자진해서 경영진의 임금 삭감안을 상정한 기업도 있다. 이달 6일 열린 KT 주총에서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이사들의 보수 한도를 10% 자진 삭감하는 안이 통과됐다. 회사가 어려울수록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회사 측의 의지가 반영됐다.

KT 외에도 신한금융지주, LG디스플레이 등은 이사의 보수 한도를 줄이기로 했고 삼성테크윈, SK네트웍스 등은 이사 수 한도를 줄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주총 이모저모

▼삼성전자 매출목표 안밝혀… 남용 LG부회장 “일본업체 반격 해올것”

정몽구 회장 “위기때 글로벌 초일류기업 도전… 현대車 강점 가시화”

최태원 회장 “다른 비용들 줄여도 SK 사회공헌 예산은 줄이지 말자”▼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열린 제4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출은 최소한 시장 성장률 이상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지난해 주총에서 매출 목표를 70조 원대로 밝힌 삼성전자가 올해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은 것은 그만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사회에서 선임된 최지성 사장, 윤주화 감사팀장(사장), 이상훈 사업지원팀장(부사장) 등 3명을 사내이사로 승인하고 임기가 만료된 5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윤동민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오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등 3명을 재선임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에서 13일 열린 현대자동차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 안건이 30분 만에 순조롭게 처리됐다.

정몽구 회장은 주총장에 배포한 인사말에서 “올해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며 “올해 최고의 성과를 향한 최상의 노력으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전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여철 부회장도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판매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국가별로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차를 한발 앞서 개발 공급해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날 이정대 부회장, 양승석 사장, 강호돈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하고, 강일형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SK에너지는 1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정기주총을 갖고 구자영 SK에너지 총괄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구 사장은 대표이사로 정식 임명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그동안 대표이사로 SK에너지를 이끌어 온 신헌철 부회장은 이로써 등기임원을 사임하고 앞으로 기업 사회공헌활동 등을 맡기로 했다. 신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다른 투자나 비용 예산은 줄인다 해도 사회공헌은 지난해 수준으로 하라고 주문했다”며 “다른 비용이 줄어드는 가운데에도 사회공헌 예산이 동결된 건 어찌 보면 늘어나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이훈규 전 검사장과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등 2명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E&S 부회장 겸 SK가스 대표이사가 13일 열린 SK㈜와 SK텔레콤의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최재원 대표는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SK㈜ 공동대표로도 선임됐다. 이로써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에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케 돼 일각에서는 SK그룹이 ‘형제경영’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 SK네트웍스는 2002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하기로 하고 이날 열린 정기주총에서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주당 100원, 125원을 배당하기로 확정했다.

○…LG전자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트윈타워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김상희 변호사와 이규민 SK경제연구소 고문을 새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리세션(경기후퇴)이 올해 피크(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우리는 환율이 유리해 비교적 외부 충격을 덜 받고 있지만 일본 등 경쟁업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연말쯤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앞설 것 같아 겁이 난다”며 “환율 효과가 사라질 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13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정기주총을 갖고 임기가 만료된 민계식 대표이사를 재선임하고 이재규 KAIST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최길선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뛰어난 기술력과 선진화된 노사관계에 힘입어 여러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인 종합중공업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미래 지속성장의 기반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산업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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