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설계시장 외국인 잔치

  • 입력 2009년 3월 2일 02시 59분


50층이상 15곳 중 2곳만 국내업체 설계

국내업체 기술 좋지만 실적 적어

전문가 “공공부문 참여기회 줘야”

서울 ‘여의도 파크원’과 인천 송도지구 ‘동북아무역타워’, ‘부산 롯데월드’는 한국에 세워질 초고층 빌딩이라는 것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모두 외국의 유명 건축설계회사나 건축가가 외관과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허용 등에 힘입어 초고층 빌딩 신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한국 건설업체들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초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발표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건물 1개당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국내 초고층빌딩 설계는 외국계 건설업체들의 독차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미국계 설계회사가 11곳 차지

동아일보 취재팀이 최근 신축되고 있거나 사업 추진 중인 서울 부산 인천 등지의 15개 초고층 빌딩 주관 건축설계회사를 확인한 결과 이 중 13개 빌딩의 설계를 외국계 업체가 맡고 있었다.

SOM, KPF 등 미국계 건축설계회사가 많았고 다니엘 리베스킨트, 리처드 로저스 등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건축설계회사들이 주관 설계사로 참가하고 있는 빌딩은 부산 서면 ‘더샵 센트럴스타’ 등 2개뿐이었다.

‘여의도 파크원’은 영국 출신의 유명 건축가인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를 맡았고 ‘동북아 무역타워’와 ‘부산 롯데월드’는 KPF와 SOM이 맡았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초고층 빌딩들도 대부분 외국계 건축설계사가 설계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2롯데월드’는 SOM, 인천 청라 ‘시티타워’는 미국계인 GDS, 부산 해운대구 ‘WBC 솔로몬타워’는 미국계인 아심토트가 설계를 담당했다.

○ 국내회사 설계비, 외국사의 30%선

국내 초고층 빌딩의 설계를 외국계가 독식하고 있는 것은 국내 설계업체들의 관련 실적이 외국 업체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간의 노력으로 기술은 외국과 경쟁할 만큼 올라섰지만 유명 초고층 빌딩의 주관 설계업체로 참여한 실적이 빈약하다.

롯데 측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 설계를 맡은 실적이 있는 외국회사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국내 A건설사 관계자는 “기술 문제뿐 아니라 외국의 유명 건축설계회사나 건축가가 설계를 맡으면 분양이나 임대를 할 때, 또는 외국 자본을 유치할 때 ‘브랜드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설계업계는 초고층 빌딩 신축시장의 편견과 관행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높은 국내 업체들이 수주 경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B건축 설계업체 관계자는 “같은 규모의 초고층 빌딩 설계를 한다고 할 때 국내 업체의 설계비는 외국 유명업체의 30∼4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공공기관이 국내에서 발주하는 초고층 빌딩 설계라도 국내 업체들에 맡기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지도가 낮은 국내 설계업체들이 국내에서 우수한 실적을 쌓아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김상대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과 교수는 “대만의 초고층 상징인 ‘타이베이 101’도 대만 회사가 설계를 담당했다”며 “한국이 대만보다 설계기술이 앞선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 손으로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을 설계해 기술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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