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세월을 잊는다

  • 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14층 신세계 문화센터에서 50∼80대 여성 수강생들이 신세대 5인조 남성그룹 빅뱅의 노래 ‘붉은 노을’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박영대  기자
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14층 신세계 문화센터에서 50∼80대 여성 수강생들이 신세대 5인조 남성그룹 빅뱅의 노래 ‘붉은 노을’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박영대 기자
백화점 문화센터 댄스 - 요가 등 실버강좌 늘려

9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14층 신세계 문화센터의 한 강의실에 들어서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세대 5인조 남성그룹 빅뱅의 노래 ‘붉은 노을’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는 60여 명의 수강생은 50∼80대의 여성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의 최고 인기 강좌인 ‘실버 댄스’ 시간이었다.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춤추는 수강생들의 열기로 강의실은 후끈 달아올랐다. 금남(禁男)의 강의실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이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특히 양손으로 온몸을 쓸어내리는 웨이브 동작은 가수 이효리가 울고 갈 정도로 섹시했다. 백지영의 노래 ‘입술을 주고’ 등 최근 신곡에 맞춘 이들의 춤은 실제 나이를 완전히 잊게 했다.

수강생 김종순(72) 씨는 “가족들 앞에서 원더걸스의 ‘노바디’ 댄스 등을 추면 손자 손녀들이 너무 좋아해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지 않게 된다”며 “운동도 되면서 삶이 즐거워진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국내에 실버 댄스를 소개한 강사 김정 씨는 “나이가 들수록 굳어지는 근육을 풀어주면서 ‘또래 문화’ 속에서 친목이 다져진다”고 설명했다.

3월부터 문화센터의 이름을 ‘아카데미’로 바꾸는 신세계백화점은 중장년층들의 호응이 높아 이번에 50세 이상 여성 전용인 실버 강좌를 대폭 강화했다.

실버 댄스 외에도 ‘오십견 예방, 실버 치유 세러피 요가’, ‘청춘예찬! 샬랄라 실버 노래교실’, ‘부드럽게 흔드는 실버 벨리댄스’, ‘참 쉬운 컴퓨터 교실’, ‘황혼에 빚는 실버 도예교실’, ‘실버 해외여행 영어’, ‘실버 일상 영어회화’ 등이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선 ‘생활 태극권’이 60, 70대 부부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 이 밖에 ‘구지윤의 그린 댄스’와 ‘박병주의 실버 노래교실’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자기 계발과 문화 예술 취미활동에 관심을 갖는 장년층의 변화에 주목한다. ‘몸짓을 통한 자기 치유-댄스 세러피’, ‘마음을 치유하는 대화’, ‘행복한 인생을 부르는 이미지 전략’, ‘나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메이크업’, ‘고품격 스피치’ 등이 장년층에 인기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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