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미분양, 美교민 마케팅 주저할 땐가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0분


美한인 국내 부동산에 큰 관심

홍보 제대로 하면 대박날수도

17년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한인 식당을 운영해 온 송모(53) 씨는 요즘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두 채를 매입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노후를 한국에서 보낼 생각인 송 씨는 한 채는 임대해 고정 수입을 얻고 다른 한 채에서는 직접 거주할 생각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랐는데 강남 아파트 가격은 많이 내려 지금이 매입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해외부동산전문업체인 루티즈코리아가 미주 교민 1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자의 72%가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대출금을 제외한 투자금액을 적게는 30만 달러(약 4억1400만 원)에서 많게는 70만 달러(약 9억6600만 원)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관심 지역은 역시 서울 강남 3구가 48%로 가장 높았습니다.

투자에 관심있는 이유로는 52%가 ‘환차익’을 꼽았습니다. 국내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지난해 11월에는 108만 달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72만 달러면 됩니다. 33% 정도 싸게 살 수 있는 셈입니다.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국내 부동산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건설사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뜨겁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미국 현지 신문과 중개업소 등을 통해 광고를 하려면 마케팅 비용으로 적어도 5000만 원은 써야 하는데 이 부담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까지 나가서 파는 아파트’로 낙인이 찍히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한 대형 건설사의 영업팀 직원은 “미분양 해소가 시급하긴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가뜩이나 몸을 사려야 하는 시기에 새로운 영업을 제안할 만큼 ‘간 큰 직원’은 찾기 힘들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업체에서 먼저 나서주기만 기다리며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귀띔했습니다.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언제 살아날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건설사들이 시장의 온기를 살릴 작은 불씨라도 찾아내 수익원을 다양화하는 노력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정혜진 경제부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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