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疾風勁草’하고 ‘中石沒鏃’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 새해 대기업들 ‘사자성어 경영’ 활발

중석몰촉(中石沒鏃)과 질풍경초(疾風勁草).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설 연휴(1월 25∼27일) 직전 직접 붓을 들고 두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써서 신년카드를 각각 만들었다.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혔다는 뜻인 ‘중석몰촉’ 카드는 사내(社內) 조직책임자 3500여 명에게 전달됐다.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全力)을 다하면 어떤 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당부를 강조한 것이다.

또 남 부회장은 세찬 바람이 불어봐야 비로소 강한 풀임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의 ‘질풍경초’ 카드를 외부 지인들에게 보냈다. LG 측은 1일 “어려움 속에서도 강건하길 바라는 마음과 LG전자도 위기 속에서 진면목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그 네 글자 안에 모두 담았다”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사자성어 경영’이 활발하다. 혼란스러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임직원이나 투자자 등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짧으면서도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은 신년사 등을 통해 ‘해현경장(解弦更張·느슨해진 거문고의 줄을 다시 팽팽하게 조여 맨다)’의 정신을 당부했다. 거문고 소리가 뒤틀리면 줄을 조여 매어야만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서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사물의 단편적인 부분만을 인식해 실체와 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구반문촉(毆槃문燭)을, 서영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어려워도 참고 계속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뜻인 마부작침(磨斧作針)을 내세웠다.

경제위기 속에서 조직의 존재 이유와 조직원들의 사명감을 제시한 사자성어도 적지 않다.

조환익 KOTRA 사장의 절도봉주(絶渡逢舟·끊어진 길에서 배를 만나 위기를 넘긴다)가 대표적이다. 조 사장은 “KOTRA가 그런 배처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출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용로 기업은행장도 언론 기고문 등을 통해 “사랑하는 이가 아파할 때 하룻밤에 열 번을 일어나 보살핀다는 일야십기(一夜十起)란 말이 있다”며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중소기업을 살피고 또 살피겠다”고 다짐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도 ‘일야십기’와 같은 의미인 일궤십기(一饋十起·진정한 관리는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기 전에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백성이 찾아오면 열 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의 정신을 신년사에서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개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바람에 그 실천은 후임자인 진동수 위원장이 맡게 됐다.

주요 그룹의 경영 방침이 사자성어에 담기는 경우도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자신이 부친인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받은 ‘경청(傾聽)’ 휘호와 함께 삼고초려(三顧草廬·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마음을 씀)란 사자성어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몇 년 전 전달했다고 한다.

삼성 특유의 인재 경영을 주요 화두로 대물림한 셈이라고 삼성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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