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설 지출비용 3년새 절반으로 ‘뚝’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10만∼20만원 쓰겠다” 28%

“경비 마련에 스트레스” 55%

최근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설 상여금을 줄이거나 없애면서 직장인들의 설 지출비용이 3년 전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직장인이 설 경비로 스트레스를 받는 등 직장인들의 올해 설맞이가 예년보다 한층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 설 지출경비 3년 만에 절반 수준

21일 채용정보업체 잡코리아가 이달 6∼12일 직장인 1720명을 대상으로 올해 설 연휴 기간 예상 지출비용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만∼20만 원’으로 답한 직장인이 490명(28.5%)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2006년 직장인 1341명을 대상으로 한 같은 설문조사에 따르면 ‘30만∼40만 원’을 쓸 것이라고 응답한 직장인이 414명(30.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과 3년 만에 직장인들의 설날 지출비용이 30만∼40만 원에서 10만∼20만 원으로 50% 정도 급감한 셈이다.

이에 따라 설 경비 마련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직장인도 크게 늘고 있다. 설을 맞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직장인 1074명 가운데 ‘설 경비 마련’ 때문이라고 답한 비율이 55.6%로 가장 많았고 △친척들의 잔소리(38.7%) △교통체증(37.2%) △부모님과 친지 선물 선택(25.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 불황으로 상여금 잇따라 취소

중견 제조업체인 A사의 김모(38) 과장은 올해 설 경비 마련에 벌써부터 고민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에 기름값까지 돈 들어갈 데가 한두 곳이 아니지만 매년 꼬박꼬박 지급되던 설 상여금이 올해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A사는 당장 올해 설 상여금부터 없앴다. 결국 김 과장은 아내와 상의한 끝에 본가와 처가에 드릴 선물비용을 확 줄이기로 결정했다.

올해 설 씀씀이가 줄어든 것은 최근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A사처럼 각 기업이 비상경영에 나서면서 설 상여금을 줄이거나 취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31개 중소기업 중 57.3%만 설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62.2%)보다 4.9%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2003년(80.6%)에 비해서는 23.3%포인트나 급감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만 지난해보다 금액을 줄일 예정인 업체도 전체의 20.9%로 조사돼 지난해(4.6%)의 약 5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 상여금으로 현금과 함께 별도 선물도 함께 지급한다는 업체 비율은 지난해 44%에서 올해 26.1%로 대폭 줄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 직원들의 설 상여금 감소폭이 대기업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