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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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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패션업체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조만간 현지 생산시설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현지 인건비가 크게 올라 공장 정리를 검토 중인 상황에서 충북 충주에 패션의류산업단지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결심을 굳혔다.
이 회사 이만중 회장은 “다른 나라의 환경도 중국처럼 바뀔 수 있는 만큼 가장 믿을 수 있는 국내에 생산기반을 갖추기로 했다”고 말했다.
값싼 인건비를 쫓아 중국 등 해외로 나갔던 국내 패션업체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들 기업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패션 관련 단체까지 나서 경쟁적으로 패션의류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국내 패션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 회귀(回歸)를 꿈꾸는 연어를 위해
현재 대규모 패션의류산업단지 건설이 추진 중인 곳은 서울 동대문구와 충북 충주시, 경기 양주시 등 세 곳.
서울 동대문구에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으로 건립을 추진 중인 ‘동대문 첨단의류기술센터’가 있다. 올 상반기 공사에 들어가 서울 동대문운동장 터 인근에 세워질 이 센터는 외형은 단순한 아파트형 공장이지만 제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까지 지원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출 것을 계획 중이다. 35개 업체의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은 “중소 업체들이 단순한 하도급 물건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브랜드를 가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시설과 전시장 등을 갖출 예정”이라고 전했다.
충북 충주시에는 한국패션협회가 특수목적법인인 MIK를 설립해 민간업체들과 함께 50여개 업체가 들어설 수 있는 ‘충주 패션의류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올 하반기 공사에 들어간다.
주상호 한국패션협회 상무는 “이미 충주시 양성면 능암리 일대에 27만여 m²의 공장용지 매입을 끝냈다”며 “산업단지가 완공되면 국내로 다시 돌아오는 중소 패션업체들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양주시에 세워지는 ‘섬유종합지원센터’는 지식경제부와 한국섬유소재연구소, 양주시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 200여 업체의 유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섬유소재연구소 김숙래 소장은 “패션업체들을 한 군데로 모아 공동 마케팅과 전시회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기대와 우려가 교차
중소 패션업체들은 대규모 패션산업단지 조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가까운 거리와 싼 인건비라는 장점 때문에 중국, 북한 개성 등으로 진출했던 패션업체들이 환경 변화로 경영 자체가 어려워져 국내 패션산업단지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
국내에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패션업체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패션협회 측은 충주 단지가 가동되기 시작하면 5000여 명을 추가로 고용해 연간 인건비만 100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주 섬유종합지원센터도 완공되면 약 30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한국섬유소재연구소는 기대했다.
하지만 충주 단지는 간선철도 연장 계획에 따라, 양주는 경기 북부지역에 많이 있는 미군부대 이전 상황에 따라 각각 공단 용지를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와 관련 단체들이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경쟁적으로 패션산업단지 조성에 나서 사업 완료 후 미분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