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4대 경영원칙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물류체계 원점서 재검토… 불필요 자산 과감히 팔아라

《10년 만에 또다시 불황이 찾아왔다.

이번 불황은 지난번과 달리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하지만 지레 겁부터 먹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옛말처럼 체계적인 대응만 한다면 어떤 위기든 충분히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딜로이트컨설팅은 DBR 22호(12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에서 불황기 기업의 생존을 돕고,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는 6가지 경영 원칙을 제시했다.

이 중 4가지를 선별해 소개한다.》

[1] 운영구조를 슬림화하라

불황기의 운영구조 슬림화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이 실행하는 전략의 거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다.

운영구조의 슬림화에서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비용구조의 재조정이다. 기업은 이를 위해 첫째, 자사의 조달 및 물류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그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자산의 집중도를 낮춰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필수적인 자산을 챙기고, 불필요한 자산은 과감하게 매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는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52개의 적자 및 한계사업을 정리해 3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셋째, 수익의 현금화 주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불황 상황에서는 재화-서비스를 판매한 대금의 현금화 주기가 길어져 ‘흑자 도산’의 위험이 발생하기 쉽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은 매출채권처럼 ‘묶여 있는 자금’이 아닌 실제로 기업이 운용 가능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가격 할인을 감수하더라도 결제조건이 좋은 쪽으로 거래를 맺어야 한다.

[2] 고정비용을 변동비용으로 전환

불황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외부 환경이 기업에 미치는 변동성이 매우 높다. 이런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정비용을 변동비용으로 전환해 최대한 기업의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외부조달이 가능한 부분은 과감하게 아웃소싱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휴맥스는 큰 위기를 맞았다. 주요 생산품인 VCD 플레이어 기기의 판매회사가 부도를 맞고, 주요 수출 고객인 유럽의 방송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수입을 중단한 것이다. 이 회사 경영진은 디지털 셋톱박스 등 고부가가치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동시에, 아웃소싱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경영효율을 극대화했다.

휴맥스는 우선적으로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대신 첨단제품 개발과 유럽 이외의 시장 개척에 주력하기로 했다. 인사부문까지도 전문 컨설팅업체에 위탁했다. 또 25개 팀을 3개 부분으로 재개편해 고정비를 절감했다. 이런 노력은 곧 결실을 거둬 휴맥스는 ‘스타 벤처회사’로 각광을 받게 됐다.

[3] 틈새시장 찾아 ‘현명한 성장’을

현명한 성장(smart growth)이란 불황기의 특수 상황에서 현재의 자원과 역량을 차별화해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가격 탄력성을 반영해 가격 정책을 재수정하는 것이다. 불황이 깊어질수록 기업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은 제품의 가격을 내려 매출을 최대화해야 한다. 만약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 어렵다면, 기존 제품에 다양한 형태의 고객 가치를 결합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변동성이 작은 틈새시장을 발굴해 매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좋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경기변화에 둔감한 지역 및 고객군을 찾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아자동차다. 국내 자동차 시장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기아차의 10월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나 늘어났다. 이는 기아차가 소비 위축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20대와 30대 고객을 타깃으로 삼아 ‘쏘울(soul)’과 ‘포르테’ 등 획기적인 디자인의 새 차를 내놓은 결과다.

[4] 사업계획 재점검, 리스크 주목

불황기 기업은 기존의 경영계획을 재점검하고,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대한 사전적·사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불황기의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해 경영계획을 수정하고, 실제 현장에서 재점검하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 재조정과 전략 방향성의 수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다만 변경된 전략이나 실행계획에 대한 전사적 합의가 있어야 조직 내 갈등이나 혼선이 생기지 않는다.

경영계획에 차질을 주는 위기 상황에 대한 사전·사후 대응책은 불황기 기업의 ‘필수 장비’다. 불황기에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역량에서 사업의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리스크의 사전 대응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이는 기업의 다양한 위기 상황을 정의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수립하는 것이다. 시나리오별 경영 계획과 구체적 위기 상황에 대한 비상대응 계획(contingency plan)을 사전에 수립해 놓는다면 위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사후 리스크 대응에는 이미 발생한 사건이나 리스크의 영향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미리 예상한 것과 다른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해당 리스크와 관련한 비상대응 팀을 우선 소집해 위기 상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이와 아울러 구체적인 대응책을 즉시 수행 가능한 수준으로 제시해야 한다.

김인 딜로이트 컨설팅 이사는 “불황기에는 적극적 인재관리와 사업모델의 단순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바람직한 불황기 인재관리의 중심은 핵심 인재의 유지와 위기 극복 후 성장기에 대한 준비다. 외환위기 때 국내 기업들은 무조건적 구조조정으로 정작 필요한 핵심 인재가 회사를 떠나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불렀다. 사업모델 단순화는 현재의 사업과 그 수익성을 재검토해 구조적인 관점에서 비용구조를 개선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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