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BMW 535d

  • 입력 2008년 11월 18일 02시 59분


가솔린 같은 디젤 심장

적게 먹고 힘차게 달려

“적게 먹으면서도 힘센 놈이 왔다.”

BMW코리아가 17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BMW 535d’(사진)를 처음 타봤을 때 받은 느낌이다. 외모는 기존 5시리즈와 같지만 심장이 달라졌다. 처음으로 디젤이 들어갔다.

디젤 엔진이어서 소음이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시동 버튼을 누른 후 받은 느낌은 예상 밖이었다. 둔탁한 기계음 대신 부드러우면서도 낮게 깔리는 엔진음이 들렸다. 진동도 가솔린 차량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속 페달을 밟자 배기량이 높은 가솔린 엔진 차량만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다.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래도 디젤 차량이 가솔린 차량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속도를 내봤다. 286마력을 내는 3.0L 직렬 6기통 커먼레일 직분사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덕분인지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는데도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6.4초다.

코너링도 안정적이었다. 강원 홍천군과 평창군을 잇는 구불구불한 운두령 주변 도로를 1시간가량 달렸지만 회전할 때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가파른 경사도 가볍게 올라가 ‘힘이 남아도는 차’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승차감은 주행 성능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좌석에 앉은 느낌이 딱딱한 데다 불규칙적인 노면에서는 많이 튀었다. 부드러운 승차감 면에서는 국산 중형차가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한 서스펜션이 고속 주행이나 커브 길을 돌아나갈 때는 안정적이지만 안락한 승차감까지 제공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양한 테스트를 하며 100km를 달린 뒤 차에서 내릴 때 연료계를 봤다. 연료 게이지 바늘이 약간만 움직였을 뿐이다. 가솔린 3.0L 엔진이었으면 한 칸 이상 움직였을 거리다. 아직까지 국내 공인 연료소비효율이 책정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 모델보다 20%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힘과 경제성을 함께 잡은 셈이다.

BMW 535d 가격이 9950만 원이나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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