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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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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장관 “We need swap” 설득 또 설득
李총재, FRB와 실무협상 꼼꼼하게 챙겨
李대통령과 부시의 끈끈한 신뢰도 큰 힘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뚫어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신제윤(차관보) 국제업무관리관을 불러 특명을 내렸다. 미국이 주요 5개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확대한 이튿날이었다.
이후 40일간 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 ‘스와프 성사 작전’이 펼쳐졌다. 불협화음도 없지 않았던 두 기관의 국운(國運)을 건 ‘이중주’가 시작된 계기이기도 했다.
같은 달 24일 한은 이광주 부총재보는 워싱턴의 주재원을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가능성을 타진했다.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원화가 국제결제통화도 아닌 데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AAA에 못 미친다는 이유였다. 정부 내에서는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면 신용도만 낮아진다”며 포기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10월 초를 전후해 재정부는 미 재무부를, 한은은 FRB를 집중 공략했다.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및 G20 재무장관회의는 미 정부 및 FRB의 핵심 인맥을 두루 접촉할 절호의 기회였다. 강 장관은 공식 방문 이외에도 회의장 복도에서 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 벤 버냉키 FRB 의장을 만나 “We need swap(우리는 스와프가 필요하다)”라며 강도 높게 설득 작업을 벌였다. 뉴욕에서 강 장관과 만난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고문과 윌리엄 로즈 씨티은행 회장은 FRB 핵심 인맥에게 한국의 의견을 적극 전달하는 등 ‘메신저’ 역할을 맡아 줬다. 로즈 회장은 특히 통화스와프 결정권을 지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부의장이기도 한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와의 면담도 주선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 역시 FRB와의 실무 협상 전반을 꼼꼼히 챙겼다.
전방위 외교전의 결과 24일 “주말 내 체결이 임박했다”는 낭보가 미국에서 날아왔다. 28일 “30일(한국 시간) 발표된다”는 보고가 오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언론사 경제부장의 30일 오찬간담회 일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한편 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화스와프 협정 성사 배경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끈끈한 신뢰가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미 공조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것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미 지명위원회(BGN)의 독도영유권 원상회복, 워싱턴 다자간회의인 G20 참여에 이은 부시 대통령의 4번째 선물이라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