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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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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지원 끊어지자 ‘올스톱’
무분별한 시설투자도 원인
연쇄도산땐 실물경제 타격
한 중소 조선업체는 전남 해남군 화원면 화원일반산업단지에서 진행 중인 제2 독 건설 공사를 최근 사실상 중단했다. 금융권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재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43척(3조2000억 원어치)의 선박을 수주한 상태에서 제2 독 건설 공사가 중단돼 선박 건조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세계 조선 경기 하락 등에 따라 국내 중소 조선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 신청설까지 돌았던 C&중공업은 물론 경남과 전남 해안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중소 조선회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보 4월 24일자 A3면·9월 11일자 B1면 참조
▶ 중소 조선소 설립 붐…得? 失? 남해안 통영-해남 현지르포
금융 위기가 실물 경제로 옮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물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조선업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중소 조선소들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권의 대출 축소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조선 경기 호황을 믿고 무분별하게 시설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소 조선회사들은 몇 년 동안 조선 경기가 활황세를 이어 가자 경쟁하듯 설비를 늘렸고,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던 회사까지 직접 선박 건조에 나섰다.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선박 건조 시설을 완공하기 전에 수주를 받고,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같이 한다.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는 은행이 자금 지원을 끊게 되면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가 동시에 중단되는 구조다.
C&그룹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 된 C&중공업 역시 이런 방식으로 조선업에 뛰어들었다가 은행으로부터 자금이 끊기자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금융권은 최근 들어 세계 조선 경기가 눈에 띄게 하강하는 등 조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중소 조선사들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하는 은행이 자금 지원을 끊으면서 연쇄 도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의 선박 생산량은 국내의 1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가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조선 경기 침체로 신규 수주 물량이 대부분 대형 업체로 몰리면서 중소형 조선사의 신규 수주량이 감소하고 있다”며 “결국 중소 조선업계는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 조선업체들은 수주액이 시설 자금의 10배를 넘는 만큼 정부가 나서 금융권의 대출규제를 풀고, 운영자금을 지원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한 중소 조선회사 관계자는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시설 자금만 들어오면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다”며 정부 및 은행권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