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 공기업’…방만경영 지적에 ‘눈가리고 아웅’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국정감사에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질타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방만 경영 행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14일 “감사원이 아무리 지적해도 슬쩍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단체협약 사안인 경우 수년 동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상위직급 편법·과다 운용=기업은행은 2000년 이사대우 제도가 상위직 증원과 인건비 인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고 이사대우 자리를 줄였다. 그러나 이후 ‘주요 직무보직자 임용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이사 또는 이사대우 등 임원에 준하는 처우를 해주는 5∼12명의 상위직급(준임원)을 새로 만들었다가 올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상위 직급을 늘리는 데 대한 공공기관의 욕심은 크다. 증권예탁결제원도 올해 감사원 감사에서 상위 직급을 과다 운용했다가 지적받았고 대한주택보증은 집행이사제를 폐지하지 않았다.

▽노조 인원 과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단 내에 노조가 2개라는 이유로 노조 전담부서도 2개를 뒀다. 감사원은 2001년 5월 감사에서도 이런 실태를 적발했지만 공단은 그동안 시정하지 않았다. 노조 전임자 수도 2004년부터 정부 기준보다 25∼50명가량 많이 운용했다. 감사원의 노조 전임자 수 과다 지적은 2001년과 2004년에 이어 올해가 3번째다.

많은 공기업이 노조 전임자를 과도하게 두다가 감사원 지적을 받는다. 감사원 관계자는 “단체협약 사안이라는 이유로 노측과 사측 누구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미루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비 편법 지출=한국토지공사는 감사원 감사에 걸려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직원 개인연금을 직접 지원하지 못하게 되자 정관을 바꿔 신용협동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전 직원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편법을 썼다. 이런 방식으로 2003∼2007년 273억 원을 지급했다.

대학생학자금 무상지원을 못하도록 해도 지키지 않는 공기업이 많다.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이를 지키지 않다가 올해 다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수년 동안 공기업 감사를 한 감사원 관계자는 “공기업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법을 조금씩 늘리려고 한다”며 “부당지급금 환수 근거 마련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사결과 공시제도 추진=감사원은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형 감사제’와 ‘감사결과 공시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이 제도는 공기업과 지자체의 자체 감사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토록 하는 것으로 감사결과를 공개해 내부감독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개방형 감사제는 소속 직원이 맡고 있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감사를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으로 감사업무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감사에 관한 법률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