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 ‘영국 모델’로 통한다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부실채권 인수방식 넘어 은행에 직접 자금투입

유로존, 英총리 브리핑 받아… 美도 적용 검토

영국이 구제금융의 세계를 이끌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 15개 국가가 금융위기 대책에서 미국식이 아니라 영국식 모델을 모방하면서 영국식 모델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마저도 영국식 모델을 받아들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식과 영국식의 가장 큰 차이는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은행의 주인이 되느냐에 달렸다.

미국은 정부가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지만 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은행의 주인이 되는 데까지는 나가지 않는다.

영국식 구제금융은 국가가 은행의 주식을 취득해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은행 간의 중단기 상업대출을 정부가 직접 보증함으로써 자금이 원활하게 돌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상 은행의 부분 국영화, 대출의 무한보증을 의미한다. 그 대신 은행은 배당과 경영자 보수 지급액을 낮추고 서민과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야 할 의무를 지닌다.

영미식 자본주의라고 한 묶음으로 불리지만 공화당이 정권을 쥔 미국과 노동당이 정권을 잡은 영국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유로존 국가가 아닌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를 파리 엘리제궁으로 특별히 초빙해 영국 방식에 대해 브리핑을 듣고 그 방식을 사실상 그대로 베낀 유로존의 합의안을 만들었다.

선진 7개국(G7) 정상 중에서 경제에 가장 해박한 정상은 브라운 총리다.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10년간 재무장관을 지내며 영국의 최장기 호황을 이끈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영국의 금융주가 폭락한 6일 블랙 먼데이 이후 즉각 △500억 파운드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주요 은행의 부분 국유화 조치 △은행 간 자금 거래 활성화를 위한 2500억 파운드 규모의 대출신용보증기관 신설 등을 골자로 한 금융시장 안정책을 내놓아 ‘대담하다(bold)’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투자금융 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 계획이 잘못된 발상에서 나왔다고 비판한 반면 은행 간 대출 보증을 골자로 한 유럽 정부들의 공동 대응방안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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