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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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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어부였던 아이슬란드의 은행원 크리스티안 다비드손(47) 씨는 하루아침에 넥타이를 풀고 바다로 되돌아가야 할 운명에 처했다. 지난주 다비드손 씨가 근무하던 은행이 국유화되면서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다비드손 씨의 뒤바뀐 운명을 통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아이슬란드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다비드손 씨는 16세 때 처음 어선을 탔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고향인 팅게리에서 20년간 생선을 잡고 어구를 팔며 살아왔다. 특별히 풍족하진 않지만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그가 직업을 바꾼 것은 2001년. 아이슬란드 금융시장이 부상하면서 3대 은행 가운데 하나인 글리트니르 은행에 입사했다. 수도 레이캬비크로 이주한 다비드손 씨 가족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부유한 삶을 누렸다.
그러나 8일 그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회사 긴급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나간 자리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는 말을 듣게 된 것. 아이슬란드 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처한 카우프싱, 란즈방키, 글리트니르 등 3대 은행을 모두 국유화하면서 대규모 해고 조치가 단행됐다.
‘한때’ 유럽의 대표적 금융 강국이었던 아이슬란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부분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총리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심장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5위인 아이슬란드의 몰락은 그동안 은행과 기업들이 느슨한 금융규제를 이용해 국내에서 돈을 빌려 유럽 등 해외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 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 자산이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190억 달러)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전체 경제에서 은행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세계적 금융위기의 충격을 피해 갈 수 없게 된 것.
다비드손 씨는 아직 말끔한 양복 차림이다. 그러나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젠 생선 잡는 일이 내가 할 일”이라며 “우린 지옥 같은 파티의 끝을 보고야 말았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