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달러 유동성 확보 총력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외화대출 고삐 바짝 죄고

수출입 금융 영업도 축소

“민간도 외환 수요 자제를”

국내 시중은행들이 외화 대출을 줄이고 달러 차입은 확대하는 등 외화 자금난 장기화에 대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구제금융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려 ‘달러 가뭄’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3일(현지 시간) 런던 은행 간 금리(리보)는 4.33%로 전날(4.21%)보다 0.12%포인트 올라 5일 연속 상승했다. 이날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된 후 2년 만기 미 국채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금융회사들 사이의 달러 자금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은행권은 외화 대출 등 외화자산의 몸집을 줄여 달러 차입 수요를 덜어내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1년 이상 중장기 차입을 통해 기업에 공급하던 외화 대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국민은행의 외화 대출 잔액은 지난해 43억2500만 달러에서 9월 말 현재 43억800만 달러로 줄었다.

최근 1년 미만 단기 차입줄까지 막히자 수출환어음 등 수출입 금융의 영업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2일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기류가 수출입업체의 자금난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으려는 것이다.

또 은행권은 달러 확보를 위해 외화예금 금리를 올리는 한편 시장 추이를 봐 가며 ‘커버드 본드’(부동산담보대출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에 은행의 상환 의무까지 붙인 신종 금융상품) 등도 발행해 외화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7일 이상 1개월 미만 외화 정기예금 금리를 9월 중순 2% 미만에서 최근 4.88%까지 올렸다. 우리은행도 7일 이상 외화 정기예금 금리를 9월 초 1.9%에서 이달 초 3.5%로 인상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내놓은 ‘최근의 외화유동성 상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정부는 선진국과의 공조체제 강화, 경상수지 적자 요인의 억제 및 공공부문을 통한 적극적 외화 차입으로 외화 유동성 확보에 주력해야 하며 민간도 불요불급한 외환 수요는 최대한 억제하고 투기적 외환거래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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