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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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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발표’ 후 민감 반응
1주택 거주요건 강화에
최근 계약자 크게 당황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중개업소를 하는 한모 사장은 2일 오전 “요즘 아파트 사려는 사람이 좀 있느냐”는 집주인들의 문의를 많이 받았다. 이 지역에서 20년가량 살던 한 집주인은 “그동안 양도소득세가 부담스러워 집 팔 엄두를 못 냈는데, 연말부터 세제가 차례로 완화된다니 지금부터 매수자를 찾아봐야겠다”고 했다.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움직일 조짐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때도 꿈쩍하지 않던 시장이 9·1 세제개편안에 반응하고 있는 것. 그동안 양도세 부담이 너무 커 종합부동산세를 물면서 어쩔 수 없이 집을 보유해 온 사람들이 양도세가 줄어든다는 소식에 매물을 내놓을지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런 가운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에 거주 요건이 추가되면서 최근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양도세 걱정이 종전보다 더 커졌다.》
○ 서울 강북-지방 시장은 ‘무덤덤’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권 주택시장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집주인들의 매도 문의가 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의 K부동산 관계자는 “1일 저녁에 4건, 2일 오전에 3건 정도의 문의 전화가 왔다”며 “모두 집을 팔려는 사람들인데 이 중에는 세금 부담이 줄면 매도 가격을 좀 더 깎아줄 수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양도세 완화. 집주인들은 비과세 요건을 갖춰도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현행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로 바꾼 부분에 대해 특히 민감해한다. 지금은 ‘3년 보유, 2년 거주’라는 비과세 요건을 충족해도 집값이 6억 원 초과면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집값이 9억 원 이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게 되기 때문. 이 개정안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는 연말부터 적용된다.
송파구, 강남구, 서초구 등지에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주택이 밀집해 있어 과세 기준 조정의 혜택을 입는다.
또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현행 ‘1년마다 4%’에서 ‘1년마다 8%’로 높이는 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돼 집을 파는 사람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남과 달리 서울 강북과 수도권, 지방 주택시장은 무덤덤한 편.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Y공인 관계자는 “비싼 주택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어선지 문의 전화가 1통도 걸려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수 문의는 강북과 강남 모두 별로 없다. 아직 집을 사기에는 시장이 불안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 지방 분양자 “갑작스런 거주요건 강화로 자금운용 차질”
최근 경기 남양주시, 용인시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 요건이 강화된 점에 크게 당황해하고 있다.
종전에는 3년간 보유하기만 하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3년 거주(일부 지역은 2년 거주) 요건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
정부는 거주 요건 강화 조항을 법 공포일 이후 취득한 주택부터 적용할 예정. 하지만 세법상 ‘취득 시점’은 잔금 납부일과 등기 접수일 중 이른 날이어서 법 개정 전에 준공이 안 되는 아파트는 모두 강화된 거주요건을 적용받는다.
올해 남양주시 마석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모(38) 씨는 “원래 3년가량 갖고 있다가 팔 생각이었는데 정부의 갑작스러운 비과세 기준 변경으로 자금 운용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1일 오전에는 부산 해운대구 일대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받은 외지인들이 분양권을 팔아야 할지를 놓고 분양사무소에 문의 전화를 걸기도 했다.
해운대 아이파크 분양소장인 이정훈 현대산업개발 과장은 “이미 판매된 아파트의 10% 정도는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투자한 물량”이라며 “계약자들에게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