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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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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의원, 2007년 11월 美에 제시한 문서 입수
쇠고기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27일 “지난해 11월 노무현 정부가 미국에 2009년 4월까지 30개월 이상을 포함해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는 3단계 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정부의 비공개 자료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07년 11월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3개국 회의’에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쇠고기 3단계 개방을 뼈대로 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 절충안은 △1단계 ‘30개월 미만’으로 쇠고기 수입 제한을 유지하되 나머지는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준수 △2단계 미국이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를 공표하는 시점에 살코기에 한해 연령제한을 해제 △3단계 미국이 강화된 사료금지 조치를 이행하면 OIE 기준을 완전히 준수하겠다는 것이다.
사료금지 조치 공표 시점이 4월이고 이행 시점이 내년 4월이기 때문에 올해 4월에는 살코기의 경우 30개월 이상도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며 내년 4월에는 뼈 있는 쇠고기까지 모두 수입하겠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한국은 미국에 1∼3단계 일괄타결 합의 시점을 대선 이후인 2007년 12월 하순 이후로 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이 구체적인 개방 날짜를 못 박아 3단계 절충안을 미국에 제시했다는 것은 처음 공개된 내용이다.
한국의 3단계 개방 제안에 대해 슈워브 대표는 “한국이 제시한 3단계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과시켜 달라고 미국 의회를 설득하기가 힘들다”면서 “‘이행시점’에 개방하겠다는 3단계를 ‘공표시점’으로 당겨 주면 한미 FTA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윤 의원은 “이 자료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달리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4개월∼1년 동안 시간만 늦추려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는 노 정부가 다음 정권에 떠넘긴 것으로 누가 집권했든 전임 정부가 제시한 약속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노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거부했다고 알려진 지난해 12월 24일 이후에도 정부가 계속 수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말했다.
올 1월 다보스포럼 관계장관회의에서 김 본부장과 슈워브 대표가 만나 8월 이전까지는 쇠고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확실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윤 의원은 주장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4월 쇠고기협상은 요식행위였다”▼
민주 김상희 의원 “협상 통보前 이미 美대표 출발”
4월 11일 국내에서 진행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양국 최고위층 간에 사전 조율이 이미 이뤄졌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소속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7일 외교통상부 문서를 공개하며 “주미 한국대사관이 4월 10일 오전 10시 30분(한국 시간) ‘웬디 커틀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4월 9일(미국 시간) (협상을 위해) 서울로 출발했다’고 알려 왔다’는 내용의 공문을 외교부에 보냈다”고 주장했다.
미국 측이 협상 사실을 한국에 공식 통보하기도 전에 미국 협상단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우리 측이 공식적으로 협상을 수락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협상단이 한국으로 출발했다고 통보한 것은 외교 관례에 비춰 볼 때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며 “이는 협상 자체가 사전에 윗선에서 조율이 이뤄진 뒤 서둘러 이를 추인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