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은 지금 은행 대출전쟁 중

  • 입력 2008년 7월 21일 02시 52분


‘떴다방 은행.’ 1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단지 입구에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체)’을 연상시키는 은행 임시 대출상담센터가 줄지어 서 있다. 은행 직원들은 폭우 속에서도 입주할 아파트를 보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상품 등을 경쟁적으로 홍보했다. 사진 제공 하나은행
‘떴다방 은행.’ 19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단지 입구에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체)’을 연상시키는 은행 임시 대출상담센터가 줄지어 서 있다. 은행 직원들은 폭우 속에서도 입주할 아파트를 보러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상품 등을 경쟁적으로 홍보했다. 사진 제공 하나은행
재건축 아파트 6800가구 내달부터 입주

2조 규모에 잠정 우량고객 선점 효과도

PB팀장 세무사 파견 ‘감동 마케팅’ 총력

18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단지.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될 이 단지 곳곳에는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체)을 연상시키는 이동식 천막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하나, 신한, 농협, SC제일, 우리 등 시중은행의 임시 대출센터였다. 입간판에는 ‘입주자님을 위한 대출 맞춤 서비스’, ‘금융권 최고의 조건으로 입주민님께 금융편의를 제공하겠습니다’라는 광고문구가 쓰여 있었다.

18∼21일은 이 아파트 입주자들이 입주 전에 하자 여부를 점검하는 사전 점검일. 은행들이 이때를 놓칠세라 입주예정자들이 오가는 길목에 천막을 세우고 고객몰이에 나선 것이다.

조합이 선정한 5개 잔금대출은행에 지정되지 못한 은행들은 단지 안에 천막을 세우지 못해 단지 입구 바깥쪽에 임시 대출 상담센터를 꾸렸다. 68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잠실발(發) 은행영업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상가 같은 층에 은행만 4개

“사모님, 하나은행입니다. (조건을) 최고로 해드릴 테니 오셔서 대출 상담 받으세요.”

김선태 하나은행 잠실파크리오 지점장은 이날 손수 고객 영업 현장에 나섰다.

홍보책자와 선물로 준비한 비닐랩을 담은 쇼핑백을 건네며 대출 상담을 권했지만 선뜻 응하는 입주자들은 많지 않았다. 하나은행뿐 아니라 나머지 4개 은행들도 직원들을 총출동시켜 경쟁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었다.

은행들이 준비한 선물을 양손에 든 입주자들은 5개 은행이 세운 임시 대출센터를 돌아보며 각 은행의 금리 수준을 체크했다.

이날 5개 은행들은 송파구 내 각 지점에서 일부 직원들을 차출한 데 이어 은행 휴무일인 19, 20일에는 폭우 속에서도 이 지역의 전 직원들을 잠실파크리오로 투입했다.

잠실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이곳은 지하 2층, 지상 36층 66개 동에 총 6864채의 아파트가 들어선 초대형 단지. 단일 단지로 서울시내 최대 규모다.

이 단지 내 아파트의 시세는 △85.95m²(26평형) 6억5000만∼7억 원 △109.09m²(33평형) 9억∼9억5000만 원 △148.76m²(45평형) 12억∼14억 원 △171.9m²(52평형) 16억∼19억 원 정도. 은행업계는 파크리오를 포함한 잠실의 재건축 아파트 대출금 총규모를 2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단지 앞 상가에는 시중 은행들의 입점 경쟁이 대단히 치열했다. 단지와 가까운 성내역 근처의 상가 같은 층에는 신한, 국민, 기업, 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나란히 입점할 예정이다.

○ 세무 자산관리 무료 상담

은행들이 이 단지를 놓고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이는 것은 서울시내 최대 규모 단지라는 점과 함께 입주 고객들의 높은 자산 수준을 고려한 포석이다. 잔금대출 유치도 중요하지만 은행들이 더 신경 쓰는 건 잠재적인 우량고객 확보다. 당연히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은행들의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은 18∼21일 천막으로 된 간이 대출센터에 은행의 대표 PB와 세무사를 파견해 일반적인 대출상담 외에도 입주자가 원하는 세무 및 자산관리 상담을 무료로 제공했다.

하나은행 박재호 가계영업본부 부행장보(상무)는 “대출 상담만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힘들다”며 “대출상담 단계부터 고객을 감동시켜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우수 PB팀장과 세무사 12명을 파견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이 단지 입주민을 위한 신용카드까지 선보였다. 송파구 소재 학원가 할인서비스, 아파트 단지의 발전기금 지원 등 입주민을 위한 혜택이 있는 카드다.

신한은행은 이달 5일 ‘잠실파크리오 입주민을 위한 부동산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는 지점장이 직접 나와 각종 대출 프로그램을, 은행 대표 세무사가 양도소득세 관련 정보를 설명했다.

이 아파트에 입주할 진옥진(56·여) 씨는 “은행들이 나와서 대출 상담은 물론 세무 상담까지 무료로 해주니 입주민 입장에서는 편리하다”며 “최종적으로 어떤 은행과 거래할지는 금리 수준이나 서비스 내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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