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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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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주가 전망이란 게 무의미하다. 기술적으로는 도저히 분석이 안 된다.”(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주상철 투자전략팀장)
국내 증시가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악재란 악재가 모두 겹쳐 있고 사방을 둘러봐도 호재는 안 보인다.
주가를 끌어내리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다. 8일에도 2634억 원을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한 외국인은 22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6월 이후 아시아 증시 외국인 순매매 현황(8일 현재)을 보면 외국인은 대만(5조6240억 원 순매도) 인도(2조5980억 원 순매도) 등 최근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6조3343억 원을 순매도해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신영증권 김지희 연구원은 “고유가에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외국인이 신흥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2005년 이후 3년 6개월여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총 70조5381억 원을 순매도해 완연한 ‘팔자’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기관, 개인과 함께 증시의 주체세력인 외국인이 거센 매도세로 나서면 국내 증시의 수급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2분기(4∼6월) 국내 상장사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정도(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추정)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환율정책 변화와 경기 침체 여파로 하반기(7∼12월)에는 기업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해 한국 등 각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긴축 기조도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지금 한국 증시는 탈진 상태”라며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량 매입하는 등 분위기를 반전시킬 요인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코스피지수의 폭락은 이 같은 시장의 우려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