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세력 공격에 굴복하면 시장경제 뿌리째 흔들린다”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이러다간 영업활동 차질”…기업 CEO들 직접 나서 정상적 광고집행 지시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 광고주에 대한 일부 세력의 공격으로 한때 움츠러들었던 기업들이 ‘광고주 협박’에 정면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특히 이런 변화는 각 기업 총수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최근 메이저 신문 광고를 이미 재개했거나 곧 재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집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주요 그룹 총수는 최근 홍보담당 임원에게 “우리 제품을 많이 판매하려면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이 필수적인 것 아니냐”면서 “일부 세력의 공격에 위축되지 말고 정상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한 CEO는 “제품 판매도 판매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잠시 피곤하다고 시장경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일부 좌파 세력의 협박에 굴복했다가는 앞으로 나라가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시장경제와 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주요 신문에 광고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광고주 협박 사태 직후 한때 크게 위축됐던 메이저 3개 신문의 광고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이 이번 사태 이전 상태로 돌아섰으며 여름철 휴가를 앞둔 여행업계의 광고도 눈에 띄게 늘었다.

많은 기업 CEO들은 홍보담당 임직원들에게 “외부에서 걸려오는 협박 전화나 인터넷 공격에 동요하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각 기업은 이와 함께 ‘전화 부대’의 공세에 최대한 냉정하게 대처하되 욕설 등을 퍼붓거나 반복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화 내용 녹음 및 IP 주소 확보 등에 나서고 있다.

광고를 계속하지 않을 경우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초래된다는 현실적 판단과 광고주 협박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진 점도 기업들의 광고 재개에 영향을 미쳤다.

한 식음료업체의 임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기업 본연의 영업활동에 큰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더는 광고 게재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인터넷을 매개로 기업체에 광고 중단을 요구하는 등 집단적 협박, 폭언을 가하는 방법으로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수사에 나선 것도 기업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광고주 협박 사태와 관련해 메이저 신문 광고를 몇몇 군소 신문으로 돌리라는 일부 세력의 압박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소비재 업체의 한 임원은 “광고 효과가 큰 매체 대신 효과가 미미한 일부 좌파 매체에 광고하라는 협박은 주주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사실상 배임을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도 메이저 신문에 먼저 광고한 뒤 여유가 있으면 마이너 신문에도 광고를 나눠준 것이 현실 아니었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주요 신문 광고를 잠정 중단하는 동안 군소 신문 광고도 함께 중단해 전체 신문시장 광고 위축이 뚜렷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광고주 협박 때문에 정상적인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못하게 되면 안 그래도 얼어붙은 내수(內需)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가경제는 물론이고 특히 내수산업에 주로 종사하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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