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의 추락… 우리에겐 날벼락”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1 작년 말까지는 누구나 ‘사랑티켓’ 홈페이지(www.sati.or.kr)에 회원 가입한 뒤 온라인으로 공연과 전시회 티켓을 예매하면 공연은 5000원, 전시는 10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할인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동 및 청소년(3∼26세), 65세 이상 노인 및 일부 소외계층으로 축소됐다. 1991년 도입돼 공연 저변 확대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사랑티켓 사업의 축소에 대해 문화계는 우려하고 있다.

#2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장애인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1인당 1억 원 내에서 돈을 빌려준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은 지난해 110명에서 올해 25명으로 축소됐다. 공단 관계자는 “지원자는 많은데 예산이 100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줄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사랑티켓과 장애인 창업지원사업은 언뜻 보기에 관계가 없지만 ‘로또복권의 수익이 줄면서 사업이 축소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업 모두 복권기금에서 지원을 받던 사업이기 때문. 한때 사행심을 조장한다며 비판받던 복권사업의 수익이 줄면서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공익사업을 하던 기관 및 단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 지원금 절반 이하로 ‘뚝’

복권기금의 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은 지난해 486억 원에서 올해 19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사랑티켓 혜택이 축소된 것도 할당된 예산이 5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었기 때문이었다.

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는 “장애인, 저소득층을 위한 공연에 참여하는 단체를 263개에서 129개로 줄이고 지방 문예회관 공연을 지원할 때도 뮤지컬 등 대규모 공연보다 소규모 공연을 선택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보훈병원의 노후장비를 교체하는 데 복권기금으로부터 168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자체 예산에서 43억 원을 받아 교체가 시급한 장비만 바꾸면서 긴축 재정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역시 지난해에는 문화재 긴급보수비로 복권기금에서 69억 원을 지원받았지만 올해는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 복권기금에서 공익사업에 지출한 돈은 2006년 7721억 원, 2007년 7457억 원, 올해 6087억 원으로 줄었다.

○ 4년 사이 판매액 40% 줄어

복권사업의 수입이 줄어든 주 원인은 전체 수익금의 약 95%를 차지하는 로또복권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2년 말 도입된 로또복권의 연간 판매액은 2003년 3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2조2600억 원으로 약 40% 감소했다.

올해 1∼4월 회당 판매액은 417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8% 줄었다.

나눔로또 관계자는 “로또에 대한 초기 열풍이 가라앉은 데다 2004년 8월 로또 1게임 구입 금액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아져 당첨금이 줄어든 것도 열기를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자동번호선택을 하는 구매자의 비율이 70%를 넘은 것도 로또 판매가 감소한 원인 중 하나다. 자동번호선택으로 모든 숫자 조합의 당첨 확률이 비슷해짐에 따라, 1등 당첨자가 없어 당첨금이 다음 회로 이월, 누적되는 일이 줄어들었고 ‘대박’도 예전만 못 하다는 것.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자였던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가 “임의로 낮춘 수수료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은행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면서 충당금 2600억 원을 적립하느라 올해 공익사업 지출 규모는 더 줄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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