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끝의 소용돌이무늬에 인생을 걸었다.’
국내 지문 인식기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문인식기술 전문기업 ‘슈프리마’의 이재원(사진) 대표의 얘기다.
슈프리마는 지문인식방식의 출입보안, 근태관리 기기 등에 들어가는 솔루션과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대표가 슈프리마를 세운 건 2000년. 이전까지 그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차량 정보통신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당시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정리하면서 창업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학교(서울대 공대)에 다닐 때 저희 교수님(권욱현 서울대 명예교수)이 늘 하신 말씀이 있었어요. ‘너희들은 둘 중 하나를 해라. 국민이 낸 돈으로 지금껏 공부할 수 있었으니 창업을 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든지, 아니면 학교로 돌아와 나라의 인재를 키워라’라고 말씀하셨죠.”
당시 이 대표는 삼성전자, 대우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 흩어져 있던 서울대 공대 친구 5명을 모아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하자고 제의했다.
“처음 시작했을 땐 엄청 싸웠어요. 월급이 안 나오니까요(웃음). 투자사들도 우릴 믿어주지 않더군요. 뭔가 눈으로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아이템이 인식이 ‘돼’든지 ‘안돼’로 확실히 판가름 나는 지문인식 기술이었다.
해당 기술의 개발에 착수한 슈프리마는 2002년 지문인식 알고리즘 세계 경연대회에 출전해 아시아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04년에는 세계 1위에 올랐다.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100여 개국의 540여 개 글로벌 지문인식장비 기업에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수출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 수출중소기업상 및 벤처기업대상 국무총리상 등 상도 여러 개 받았다.
이 대표는 “슈프리마는 직원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영업이익이 1억7000만 원에 이를 정도로 작지만 알찬 기업”이라며 “지문인식 기술의 응용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시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문인식 제품시장은 세계적으로 약 3조 원 규모로 형성돼 있으며 특히 전자여권, 첨단 수사시스템 구축 등의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